문 대통령이 부동산 감독기구를 처음으로 언급한 것은 지난달 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였다. ‘임대차 3법’ 등 부동산 대책 평가가 핵심 의제 중 하나였던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을 위해 필요시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 설치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여당 일각에서 감독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긴 했지만 문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에도 주무부처인 기재부는 감독기구 신설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감독기구를 만드는 것은 정부 내 협의 초기 단계”라며 “개인적으로는 감독기구를 설치하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감독기구 도입에 적극적인 국토교통부와 대비되면서 부처 간 이견이 있는 것으로 비치기도 했다.
정부는 시장감독기구가 아니라고 강변했지만 문 대통령의 지시 이후 급하게 검토하면서 개인 간 거래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는 간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요 정책에 대한 청와대의 ‘그립’은 한층 강해지는 모습이다. 2025년까지 국비 114조원이 투입되는 ‘한국판 뉴딜’ 사업도 문 대통령이 지난 4월 처음 언급한 뒤 3개월 만인 7월 종합대책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며 경제정책의 밑그림과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처음 겪는 위기상황인 만큼 속도가 중요하다는 게 청와대의 인식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책의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누락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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