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쓰러진 사람에게 손을 내밀었는데 무슨 의도로 그러냐며 오히려 화를 내는 형국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생하는 간호사들을 응원하기 위해 SNS에 올린 글이 때아닌 '편가르기' 논란에 휘말렸다. 정말 대통령의 글인가 의심을 샀던 이 글은 물론 문 대통령이 직접 업로드한 글은 아니다. 청와대에는 문 대통령의 심중을 반영해 SNS 등을 작성하는 전담 비서관이 있기 때문이다.
간호사에 대한 격려만 담았다면 더 좋았을 글에 '의료진이라고 표현되었지만 대부분이 간호사들이었다', '전공의 등 의사들이 떠난 의료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간호사분들'과 같은 문구가 섞이며 글을 접한 의사는 물론 '간호사분들'까지 공분하는 양상이다.
여러 단계의 검토 끝에 문재인 대통령 공식 계정에 올랐을 글이 어쩌다 더 국민들을 편가르게 하고 분노케 했을까.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글을 접하고 의문이 풀렸다.
고민정 의원은 3일 “문재인 대통령이 간호사들에게 보낸 감사메시지에 대해 편가르기라니 놀랐다”고 밝혔다.
청와대 대변인까지 지낸 고민정 의원이 읽고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됐을 글이니 현재 담당자 또한 공식 계정에 게재해도 무방할 것으로 예상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다.
고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간호사들에게 보낸 감사메시지에 대해 편가르기라며 떠들썩하다.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극단으로 치닫게 됐을까”라며 썼다.
정작 국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간호사 격려메시지가 극단으로 갈등을 치닫게 했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고민정 의원은 이어 "(논란 내용을)모든 언론이 받으며 내민 손이 오히려 멋쩍은 상황이 돼버렸다"고 또 다시 언론탓으로 책임을 돌렸다.
그러면서 "길에 쓰러진 사람에게 손을 내밀었는데 무슨 의도로 그러냐며 오히려 화를 내는 형국"이라면서 "보고도 못 본 척 누가 다쳐도 그냥 지나쳐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국민들이 공분한 이유는 간호사를 격려해서가 아니라 그 글 안에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또 다른 의도가 느껴졌기 때문인데 고민정 의원은 이를 전혀 납득하지 못했다.
전날 같은당 정청래 의원 역시 “방역의 최전선에서 수고를 하고 있는 간호사 선생님들 참 고생이 많다고 위로하고 격려한 대통령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시비를 거느냐”고 했다.
'편가르기' 논란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는 이는 또 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문 대통령이 도대체 뭘 잘못했다는 말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간호사들의 노고를 위로한 문 대통령에게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있다”며 “뭘 모르거든 가만히 계세요”라고 지적했다. 보도한 언론과 공분한 국민들을 "트집을 잡고 시비를 거는 생각이 삐뚤어진 분들"로 치부했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의사 집단에서 듣기에 따라 조금 불편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냥 메시지를 액면 그대로 봤으면 좋겠다”고 비호했다.
홍익표 의원은 “명분 없는 의사들 파업으로 인해 현장에서 간호사들의 격무가 가중되고 있고 그러한 현실에 대해 (대통령이) 위로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그걸 굳이 갈라치기다, 의사 집단을 매도했다 등으로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공식 SNS를 통해 "전공의 등 의사들이 떠난 의료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간호사분들을 위로하며 그 헌신과 노고에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장시간 사투를 벌이며 힘들고 어려울텐데,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니 얼마나 힘들고 어렵겠나"라며 "여기에 진료 공백으로 환자들의 불편이 커지면서 비난과 폭언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도 한다"고 위로했다.
그러면서 "열악한 근무환경과 가중된 업무부담, 감정노동까지 시달려야 하는 간호사분들을 생각하니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다"라며 "지난 폭염 시기, 옥외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벗지 못하는 의료진들이 쓰러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국민들의 마음을 울렸다. 의료진이라고 표현되었지만 대부분이 간호사들이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고 적었다.
"간호사 여러분,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로 끝을 맺은 이 글에 3만 2천개의 댓글이 달렸고 졸지에 비뚤어진 시선으로 대통령의 선한 의지를 곡해한 당사자가 된 국민들만 남았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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