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전세 걱정 날리고 도시재생… HUG, 주거 행복을 품다

입력 2020-09-03 15:39   수정 2020-09-03 15:41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국내 유일의 주택분양보증 전담기관이다. 주택분양보증은 건설사가 부도·파산 등으로 분양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경우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의 환급을 책임지는 것이다. 계약자의 분양 대금을 보호하고 주택사업자들이 건설자금을 원활히 조달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HUG의 주택분양보증 덕분에 주택난이라는 사회 문제를 다른 국가들에 비해 원활히 해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0년대 산업화·도시화가 심화하면서 주택난은 사회적으로 가장 큰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주택건설 200만 가구 계획을 추진했다. 하지만 당시 건설사의 자체 자금력으로는 200만 가구 건립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이에 정부는 선분양 제도를 고안해 ‘주택건설촉진법(주택법)’을 마련한 데 이어 1993년 주택분양보증업을 전담하는 주택사업공제조합(현 HUG)을 세웠다. HUG를 빼놓고는 국내 주택산업 역사를 이야기할 수 없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을 이뤄주는 가장 큰 조력자가 바로 HUG다.
주택산업 위기마다 ‘구원투수’
위기의 순간 HUG의 주택분양보증은 빛이 난다. 주택사업자의 보증사고가 발생하면 분양계약자는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을 그대로 잃을 위기에 처한다. 대다수 서민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주택 자금을 조달하는 만큼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정부는 이런 서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3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을 선분양할 때 HUG로부터 의무적으로 주택분양보증을 발급받도록 했다. 분양계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주택사업자는 필수적으로 주택분양보증을 받급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HUG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2조3639억원에 이르는 보증 이행을 통해 분양계약자의 경제적 피해를 줄였다. 사회안전망 기능이 주목받은 순간이었다. HUG는 그동안 약 963조원의 주택분양보증을 통해 안정적인 주택 공급을 지원했다.

HUG는 건설사 등 주택사업자에게도 든든한 파트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주택경기 위축으로 건설업체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자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총 3조3000억원의 환매조건부 미분양주택을 매입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730억원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후순위채권을 사들여 연쇄 부도 위기에 처한 건설업체에 유동성을 지원하기도 했다.

HUG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때를 대비하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 부동산시장 침체 등으로 주택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 과거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와 비슷하게 연쇄적인 보증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K-주택보증’ 해외로 전파
HUG는 그동안 주택분양보증 업무를 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형 주택분양보증 시스템을 해외에 전파하고 있다. 산업화 과정에서 주택난을 겪는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이 HUG에 러브콜을 보냈다.

베트남은 선분양 제도를 운영 중이었지만 시행사 도산으로 장기간 사업장이 방치되는 사례가 잦았다. 분양계약자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미흡했다. 2012년 12월 HUG는 베트남 건설부와 ‘주택보증제도 수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후 2013년 8월 베트남 건설부 차관이 HUG의 보증제도를 전수받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베트남은 HUG의 정책 제안 등을 반영해 2014년 11월 부동산사업법을 개정하고 2015년 7월 주택법을 제정해 한국형 주택분양보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카자흐스탄도 마찬가지다. 금융위기 이후 건설사 파산에 따른 은행권 부실로 선분양의 문제점이 커졌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선분양 제도의 보완책으로 한국형 주택분양보증 제도를 검토했다. 카자흐스탄 주택공기업인 바이테렉이 대사관을 통해 국토교통부와 HUG에 요청, 2014년 6월 MOU를 맺었다. 카자흐스탄은 HUG의 노하우를 전수받아 2016년 4월 HUG와 같은 역할을 하는 주택보증기금(HGF)을 설립했다. 이렇듯 이재광 HUG 사장이 취임한 이후 카자흐스탄과의 교류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HUG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국가에 주택분양보증 제도 노하우를 전달하고 있다. 각국은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고, 분양계약자를 보호할 방안으로 한국형 주택분양보증에 주목하고 있다.
기금 운용, 도시재생 등 업무 확장
HUG의 역할은 해마다 확장되고 있다. 1993년 설립 당시엔 주택분양보증 전담기구였지만 1999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공적 기능이 강화됐다. 정부 출자 공기업인 대한주택보증으로 전환됐다. 이후 2015년 ‘주택도시기금법’이 제정돼 국민주택기금이 주택도시기금으로 개편됐다. 이를 HUG가 전담 운용한다. 보증업무에 더해 도시재생과 주택도시기금의 운용·관리를 위한 새로운 조직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HUG의 주요 업무영역은 크게 △분양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등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보증 업무 △전세보증금반환 보증, 주택구입자금 보증 등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보증 업무 △기금법에 따른 주택도시기금 운용·관리에 관한 업무 △도시재생 출자·융자 및 보증 등 도시재생 금융지원 업무 등으로 나눌 수 있다.

HUG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175조원의 보증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서민 주거 안정 보증 실적은 76조원에 달했다. 전세보증금반환 보증 실적은 2017년 15조원, 2018년 30조원, 작년 47조원으로 불어났다. 카카오페이와 연계한 모바일 전세보증금반환 보증 서비스를 선보여 무주택 서민들의 호응을 받았다.

HUG는 주택도시기금을 통한 도시재생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도시재생지원기구 지정, 지방자치단체 기금 활용 의무화 등으로 도시재생 뉴딜 중추기관으로 떠올랐다. 이와 함께 보증과 기금을 통합해 대내외 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리스크관리 전담기구를 신설했다. 기금 대출절차 혁신을 통해 ‘기금e든든’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열었다. 사회적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부산 사회적경제 지원기금(BEF)’도 조성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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