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 데이트 펀드(TDF·Target Date Fund)는 가장 선진적인 포맷을 가진 연금 투자 방법입니다. 투자 중간에 시장이 흔들린다고 못 참고 나가는 투자자는 손실을 확정하는 것이지만 TDF를 믿고 끝까지 투자한다면 은퇴 후에 좋은 결과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오원석 한국투자신탁운용 연금마케팅팀장은 지난달 27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TDF를 통한 은퇴 준비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목표 시점으로 해 생애주기에 따라 펀드가 포트폴리오를 알아서 조정하는 자산배분 펀드를 말한다. 2016년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해 현재 자산규모가 3조원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오 팀장은 "연금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대부분 처음에 선택했던 상품 그대로 변동없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에는 연금을 위한 상품이 없었지만 몇 년 전부터 TDF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연금에도 투자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TDF의 장점은 투자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국내외 주식은 물론이고 채권, 예금,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TDF에 투자를 할 때 연금저축이나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를 통해 투자금을 납입하면 해마다 총 700만원까지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TDF 상품에 2045라는 숫자가 붙는다. 이는 2045년에 은퇴가 예상되는 고객이 가입하는 펀드라는 의미다. 자신의 은퇴 시점을 고려해 해당 연도에 속하는 펀드를 가입하면 그에 맞춘 최적의 자산 배분이 이뤄진다.
기존에도 특정 시점을 타깃팅한 펀드 상품이 있긴 했다. 그러나 투자자가 직접 자신에게 맞는 펀드 상품을 탐색하고 가입해야해서 번거로웠다. 해당 시점에 시장 흐름에서 무엇이 수익성과 안정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스스로 판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오 팀장은 "투자하는 자산은 다양한 국가에 주식, 채권 등에 분산 투자돼 있다"며 "은퇴하는 시점에 다가갈수록 주식 비중을 떨어트려서 안정성 중심으로 운용된다"고 설명했다. 또 "운용사가 알아서 내 은퇴시점에 맞게 자산을 배분해가면서 돈을 굴려주기 때문에 연금과 같이 비관여 상품에는 TDF가 굉장히 좋은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TDF는 남아 있는 은퇴 시기에 따라 주식의 비중을 축소하고 채권의 비중을 늘린다. 예를 들어 20대의 TDF는 주식형의 비중을 높여 공격적으로 운영하지만 은퇴한 60대의 TDF는 채권형의 비중을 높여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흔히 TDF는 은퇴 준비를 위한 상품으로 알고 있지만 크게 보면 목적 기반 투자의 하나라는 게 오 팀장의 설명이다. 타깃 데이트를 은퇴로 두지 않고 10년 또는 20년 뒤에 목돈이 필요한 상황에 맞춰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TDF의 목표 시점 설정은 출생 연도에 60을 더하는 방식이지만 누구나 이 기준에 맞출 필요는 없다. 현재 내가 20대 초반이더라도 고위험 투자가 부담스럽다면 2030이나 2035와 같은 안전자산 비율 증가가 비교적 빠르게 도래하는 TDF를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는 "은퇴 시점에 맞춰 투자하는 것을 권유하지만 투자성향이 공격적이고 많은 수익을 필요로 한다면 주식 비중이 높은 2045나 2050 상품을 투자하고 안정적인 것을 원한다면 2025나 2030처럼 채권 비중이 높은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오 팀장은 TDF의 수익률을 좌우하는 것은 얼마나 자산배분을 잘했느냐와 어디에 투자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다수의 TDF 상품이 5%대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주요 운용사 중에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최근 1년동안 10% 넘는 수익률을 거두며 앞서고 있다. 3일 기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TDF알아서증권투자신탁'은 △2045 14.14% △2035 13.65% △2040 13.62% 등을 기록 중이다.
그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경우 미국의 3대 TDF 운용사 중 하나인 '티로프라이스'의 17개 펀드에 분산투자를 한다"며 "TDF에 대한 장기간의 노하우, 경험치 이런 것들이 반영돼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오 팀장은 국내 투자보다 해외 투자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금리 상황에서 과거처럼 원리금 보장에만 매달려서는 만족할만한 은퇴 자산을 만들지 못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는 "은퇴 자산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빨리 시작하고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며 "국내 투자는 5% 정도만 하고 나머지 95%는 글로벌 투자를 하는 것이 글로벌 경기 상승에 대한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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