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아의 독서공감] 코로나 사투 현장서 희망 심은 사람들

입력 2020-09-03 17:49   수정 2020-09-04 03: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다는 뉴스가 매일 눈과 귀를 맴돈다. 코로나19에 걸리거나 치료를 마친 사람들은 ‘~명’이란 숫자 너머에 있다. 코로나19를 치료하는 의료진의 모습은 우주복처럼 생긴 ‘레벨D 방호복’ 안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그 와중에 병의 증상이나 민간요법 등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한다.

코로나19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숫자와 영상에 가려진 진짜 환자와 의료진의 생활 등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책들이 잇달아 나왔다. 각 책에서 나오는 현장의 모습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쿼런틴》은 미국 뉴욕의 한국인 부부가 코로나19를 직접 겪고, 이겨낸 사연을 담았다. 책 제목은 중세 유럽에서 페스트가 유행하던 당시 40일간의 격리 조치를 의미하는 단어다. 저자 김어제는 배우자 P가 코로나19 확진자가 된 후 부부가 40일 동안 격리 생활을 한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간다. 미국의 살인적인 의료비와 열악한 헬스케어 인프라, 코로나19로 인해 마비된 거리, 해열제로 버텨야 했던 날들이 묘사된다. “코로나19는 아시아에서 온 질병”이라는 이유로 대놓고 동양인을 차별하고, “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한다. “이 병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떼어 놓는다. 누군가를 만질 수도 없고 가까이 갈 수도 없다”는 말이 아프게 다가온다.

《그곳에 희망을 심었네》는 대구에서 코로나19와 맞서 싸운 의료진 35명의 기록이다. 책을 엮은 이재태 경북대 의대 교수는 “코로나19의 공포는 두려웠고 때로는 섬뜩했다. 그러나 우리 이웃이 아프고 어려운 상황에서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다는 무력감은 정말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10년 넘게 의사로 일했지만 너무나도 낯선 바이러스 앞에 두려워했다고 토로하는 사연도 있다. 가족 몰래 대구 근무를 자원한 간호사는 애써 털털하게 웃는 모습으로 살아간다. 현장에서 환자와 보호자의 고통을 마주하는 심정도 말한다. 코로나19 ‘슈퍼전파자’들이었던 신천지 신자에 대해 “그들도 신천지이기 전에 환자였다”고 하는 의료진에게서 진정한 인술의 정신이 보인다.

《코로나19 사투의 현장에서》는 지난 2월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던 경북도립김천의료원 의료진 400여 명이 70일 동안 겪은 땀과 고통의 경험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김천의료원은 지난 2월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후, 코로나19 환자를 받기 위해 입원해 있던 환자 290여 명을 모두 전원하거나 퇴원시키고 281병상에 음압병동을 설치해 269명의 확진자를 치료했다. 의료진뿐만 아니라 시설, 청소, 경리 등 지원부서 담당 직원들의 이야기도 포함됐다. “한 번 방호복을 입으면 화장실을 갈 수 없으므로 대소변이 발생하지 않도록 식사를 하지 않아야 했다”, “혹시나 감염되어 나중에 병원과 동료 의료진에 더 큰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에 검사를 받았다” 등 가슴을 때리는 구절이 많다.

책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짧지만 강력하다. “내가 언제든 피해자이자 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순간의 고집이나 방심이 코로나19의 또 다른 비극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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