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핀테크 기업 엔시노는 지난 7월 14일 나스닥에 입성했다. 대출 심사 및 승인, 고객 정보 관리 등 금융회사에서 쓰는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다. 공모가는 31달러였다. 상장 첫날 종가는 91.59달러. 공모가 대비 상승률이 195.5%에 달했다. 2000년대 들어 미국에서 기업공개(IPO)를 한 기업 중 상장 첫날 주가 상승률이 중국 인터넷기업 바이두 다음으로 높았다. 2개월 가까이 된 3일에도 97.58달러를 유지하고 있다.
엔시노만이 아니다. 이후 미국에서 상장한 세포 기반 플랫폼 기업 버클리라이츠(197.5%), e커머스 쇼핑몰 제공 업체 빅커머스(201.1%), 독일 바이오텍 기업 큐어백(249.4%) 등의 주가는 상장 첫날 더 큰 폭으로 뛰었다.
글로벌 IPO 시장에 돈이 몰리고 있다. SK바이오팜(31조원)과 카카오게임즈(59조원) 등 국내 IPO에만 수십조원이 몰린 것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에서도 ‘학습 효과’로 공모주 투자가 뜨겁다. 에어비앤비와 앤트그룹 등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사)들의 상장이 예고된 만큼 공모주 투자 열풍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흥행하는 공모주의 공통점은 바이오와 기술, 플랫폼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급속하게 성장하는 기업들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실적이 뒷받침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올해 나스닥에서 상장 첫날 두 배 이상 상승한 기업은 총 9개였다. 모두 바이오와 테크 기업이었다.
미국에서는 수소트럭 업체 니콜라, 엔터테인먼트 및 음반 기획사 워너뮤직, 중고차 거래 플랫폼 브이룸이 코로나19에도 성공적인 증시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달 19일 ‘공유경제 대표주자’인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가 증권거래위원회에 IPO를 위한 서류를 제출했다. 코로나19로 공유경제가 타격을 입으면서 상장을 미룰 것이라던 예상은 빗나갔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금융 부문 앤트그룹(옛 앤트파이낸셜)도 홍콩과 상하이 커촹반에 동시 상장할 계획이다. 앤트그룹은 이번 IPO를 통해 약 300억달러(약 35조6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망이 실현되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2019년 256억달러)를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의 IPO가 된다. 한국에서는 카카오게임즈에 이어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카카오뱅크,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 카카오페이지, 현대카드, SK IET 등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수익률은 더 뜨겁다. 지난해 7월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출범한 고도기술 전문 주식거래소 커촹반 때문이다. 상장 문턱을 대폭 낮춘 것이 특징이다. 다른 거래소와 달리 허가제가 아니라 등록제다. 상장 후 5거래일간 상·하한가 제한도 두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커촹반에 상장한 양자암호통신 기술 기업 퀀텀시텍은 공모가(36.18위안)보다 923.9% 오른 370.45위안에 거래를 마쳤다. 중국 증시 사상 하루 최고 상승률이다. 2일 종가 기준으로는 580% 올랐다. 4월 20일 상장한 내셔널실리콘인더스트리의 2일 종가 기준 수익률은 980%에 달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커촹반 상장 기업의 상장 당일 주가 상승률은 평균 214%로, 선전거래소의 중소형 창업 기술주 전문 시장인 촹예반(차이넥스트·93%)의 두 배 이상이었다.
김수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징성 있는 대형주의 상장은 관련 산업 투자심리 개선으로 이어지는 만큼 증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