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부동산투자회사)와 부동산펀드 등에 분산 투자하는 재간접리츠의 규제가 한층 엄격해진다. 상대적으로 설립이 쉬운 재간접리츠가 기존 상품만을 담기보다는 직접 실물 부동산에 투자해 관련 시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당국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증시 상장을 목표로 재간접리츠 설립을 준비해온 상당수 부동산 자산 운용사들은 상품 구조를 다시 짤 수밖에 없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는 최근 리츠 투자심리가 가라앉은 주요 원인으로 상장 재간접리츠의 주가 부진을 꼽고 있다. 현재 증시에 상장된 12개 리츠 중 재간접리츠는 NH프라임리츠, 이지스밸류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 3개다. 모두 공모가를 밑돌며 부진에 빠져 있다. 자본시장법은 공모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의 재간접리츠 투자를 막고 있다. 이 때문에 기관투자가들도 재간접리츠 투자를 꺼려 관련 시장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재간접리츠가 공모시장에서 흥행에 실패하면 리츠 상품 전반의 투자심리까지 나빠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가 선제 조치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7월 말 기준 국내에 설립된 125개(공공주택 제외) 리츠 중 재간접리츠는 13개다. 비중은 낮지만 대부분 최근 2년 이내에 조성돼 업계의 관심이 높은 편이다. 마스턴프리미어제1호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등은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사모부동산펀드 수익증권 비중이 30%를 웃돌아 리츠 구조를 다시 짜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영업인가를 받는 것이 불가능해졌다고 판단한 일부 자산운용사와 부동산신탁사는 상장 포기를 검토하고 있다.
리츠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 간에 손발이 안 맞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리츠 자산관리회사(AMC)에 대한 영업인가는 국토부가 맡고 있지만 리츠 상장과 투자 관련 규제는 금융위원회 소관이다.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의 세금 제도는 기획재정부 업무다. 시장 성격상 여러 부처가 관여돼 있음에도 이번 가이드라인 변경은 이들 부처 간 협의 없이 국토부가 단독으로 진행한 측면이 강하다는 평가다. 리츠업계 관계자는 “재간접리츠 부진은 공모펀드와 ETF의 투자 허용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국토부, 금융위 등 관련 부처의 사전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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