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반을 지나면서 자영업자들의 창업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폐업이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인 결과다. 가장 큰 원인은 온라인 창업 열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온라인 판매 분야 창업은 지난 7월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여기에 낮은 진입장벽과 재난지원금 효과 등이 겹치면서 음식업, 미용업 등 이른바 '콘택트'(Contact) 업종의 창업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정업종을 중심으로 창업이 몰림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줄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벌써부터 광고비와 수수료 등을 통한 출혈 경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7일 한경닷컴 뉴스랩이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 총 190업종을 분석한 결과, 7월 인허가 건수는 2만4477건으로 집계됐다. 전월(2만4309건) 대비 0.7% 늘어난 수치다. 전년 동월(2만3173건) 대비로는 5.3%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온라인 쇼핑몰 등이 해당하는 통신판매업이 4300건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건강·위생업에 담배소매업도↑
7월 창업 상위 10개 업종 중 1위는 통신판매업이다. 통신판매업은 소비자와 직접 전자상거래를 하는 인터넷 쇼핑몰 등을 말한다.
7월 통신판매업 인허가 수는 총 4300건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전월 대비 10%(3923건), 전년 동월 대비 52%(2832건)나 폭증했다. 올들어 7월까지 인허가된 통신판매업은 총 2만7195건이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통신판매업 창업 수는 사상 최대치였던 2019년의 3만1329건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시장이 꾸준히 커지는 가운데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이를 기회 삼아 창업하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통계청이 3일 발표한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7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2조9625억원으로 통계 이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건강과 관련된 업종도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4위 건강기능식품일반판매업은 7월에만 1938건이 인허가를 받았다. 코로나 확산이 본격화된 4월 이후 매달 평균 2000곳씩 문을 열고 있다.
의료기기판매(임대)업은 6위로 999건으로 집계됐다. 다만 의료기기판매(임대)업은 방문판매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보니 코로나19가 확산 이후 폐업 수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9위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업소는 604건으로 전년 전월 대비 11%나 늘어났다. 2018년 1월 이후 최대치다. 10위는 가축사육업(540건)이었다. 가정에서 식사하는 일이 많아지고 면역력 증대 수요가 늘면서 창업이 증가했다.
담배소매업은 8위로 734건이었다. 작년 8월 이후 월별로 500~600건 수준을 유지하다가 6월부터는 700건을 웃돌고 있다. 집에만 있는 '집콕'과 불경기 등의 영향으로 흡연이 증가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도 주류와 담배 소비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8%, 6.4%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코로나19로 인해 방역에 대한 중요성이 늘면서 위생 및 환경 관리 관련 업체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전년 동기 대비 소독업은 355%(60건→273건), 환경측정대행업 245%(29건→100건), 환경관리대행기관 133%(24건→56건), 환경컨설팅회사 117%(6건→13건) 상승했다.
"진입장벽↓·임대료↓·재난지원금 효과"
최근 창업 열기는 온라인 뿐만이 아니다. 음식점업, 미용업 등 '콘택트' 업종도 창업 상위권에 올라있다. 7월 음식점 관련 3개 업종과 미용업의 인허가 수는 총 7060건에 달했다.
미용업은 6월과 7월에는 1200개 영업소가 허가를 받았다. 4월만 1000건 미만으로 떨어졌을 뿐 올해 내내 매달 1000건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미용업에는 미용실, 피부샵, 네일아트샵 등이 포함된다.
코로나19에도 이들 업종의 인허가 수가 꾸준한 이유는 먼저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이 꼽힌다. 식품업종과 미용업은 다른 업종 보다 비교적 준비 기간이 짧은 업종으로 지목된다.
긴급 재난지원금 효과로 인해 피해 규모가 상쇄되는 등 다른 업종에 비해 시장 상황이 그나마 낫다는 인식도 크다. 이들 업종은 지난 5월 정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한 재난지원금의 주요 사용 가능처였다. 실제 미용업의 경우 재난지원금이 지급되기 전인 4월에는 등록 건수가 줄었다가 5월 이후 다시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업종별로 대부분 마이너스 증가한 가운데, 식료품 등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20%나 올랐다. 사람들이 다른 곳에서는 지갑을 닫아도 먹는 데는 아끼지 않은 셈이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로 인해 갑자기 폐업하는 곳이 발생하면서, 최근 임대 매물과 기자재 등이 시중에 값싸게 유통되기 때문이라는 가능성도 꼽힌다. 초기 자본이 기존 보다 싸지면서 업계에 뛰어들려는 창업자들이 몰릴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하반기 줄폐업 급증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충분한 준비 없는 창업은 '도박 보다 위험하다'며 하반기 폐업 수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용희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가 종식만이 경기 전환점이라며 최근 일부 업종에 대해 인허가 수가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최근 들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확진자 수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상황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산업계와 방역당국 간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경기가 좋아질 요인이 없는 데도 개업 수가 늘어나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다.
서 연구원은 "특히 시장 자체가 포화 상태인 외식업 등 업종에 특별한 전략 없이 뛰어드는 일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위험하다"며 "최근 폐업 및 점포철거 등으로 싼 임대매물이나 집기 및 기자재 등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종식을 염두해 미리 뛰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선택"이라고 진단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도 "현재는 창업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해야할 시점"이라며 "현재 하반기 경기 전망이 좋지 않은 가운데, 진입장벽이 낮은 업종들에 섣불리 나서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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