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새 집값 2배, 왜 영끌하는지 모르나"…30대 가장의 분노

입력 2020-09-03 11:41   수정 2020-09-03 11:50


서울에서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평범한 30대 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네티즌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분노했다.

청원인은 지난 1일 '국토부 장관님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청원 글을 통해 "(저는) 태극기 부대도 아니고, 대깨문(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도 아니다. 허나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을 바랐던 지지자였다"면서 "하지만 치솟는 부동산을 바라보며 씁쓸함을 넘어 분노에 이르러 글을 남기오니 살펴봐주기 바란다"고 말문을 열었다.

청원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 아파트값이 11% 올랐다고 발언한 데 대해 "제가 신혼 전셋집으로 구했던 아파트는 2017년에 매매가 3억2000만원이었는데 올해 7월 5억5000만원에 실거래 완료됐다. 현재 호가는 6억∼6억4000만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살고 있는 전셋집 아파트는 2017년 매매가가 2억9000만원이었는데 올해 8월 5억8000만원에 실거래 완료됐다. 현재 호가는 6억∼6억2000만원"이라고 덧붙였다.

청원자는 "이게 어찌된 것이냐. 대통령께서 집값을 분명히 잡아준다고 했고 저는 그것만 믿고 기다렸다"면서 "지지하고 믿고 기다린 대가가 이것인가? 3년새 왜 2배나 올라버렸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 정권 탓하지 마시라. 전 정권의 잘못된 점을 잡아달라고 촛불 민심으로 세워진 정권이 지금 정권인데 언제까지 전 정권 탓할 것인가"라며 "직장에선 점심시간만 되면 다들 집 이야기로 시작해 집 이야기로 끝난다. 이게 과연 바람직한 사회인가"라고 꼬집었다.


김현미 장관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마련했다는 뜻)'해 집을 구입하는 30대에게 분양을 기다리라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해선 "주무장관으로서 청약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하는 말씀이신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왜 (국민이) 영끌을 하고 있는지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청원자는 "30대가 청약을 하려면 신혼부부 특공(특별공급)을 통해 전용면적 59∼84㎡ 정도의 중소형 평수의 집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 청약제도는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을 역차별하는 아주 잘못된 제도"라며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맞벌이를 하고 살아가는데 맞벌이할 경우 신혼부부 특별공급 소득제한에 걸려서 넣을 수가 없다. 왜 열심히 살겠다는 사람들을 소득 기준으로 청약도 못 하게 막는 거냐"고 항의했다.

이어 "만약 막아야 한다면 부모에게 물려받을 게 많은 자산가들 자식을 막아야 하는 게 아닌가"라면서 "서울 아파트 청약 시 가격이 최소 4억∼7억원씩 하는 게 현실인데, 도시 근로자소득 100∼130%로 그 집을 사는 걸 오히려 의심해봐야 하는거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청원자는 "결혼은 하라고 장려하면서, 애는 낳으라고 장려하면서, 왜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열심히 공부해서 나름 이름 있는 회사 다니고 있어서 세전 월급 남들보다 조금 더 받는다는 그 이유만으로 특공에 대한 기대조차 못 하게 하는 것인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3년 전만 해도 전용 59∼84㎡의 경우에도 50%는 추첨제라서 30대도 일말의 희망이라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로는 100% 가점제에 30대 점수는 30∼40점 남짓에 그친다. 현재 서울 청약 최저점수가 60점을 돌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원자는 "이런 상황에서 영끌하는 30대를 걱정하시다뇨?"라고 반문한 뒤 "신혼부부 특공을 넣을 수도 없고, 일반청약도 안 되는 지금껏 열심히 살아온 죄밖에 없는, 나라에서 버려진 30대들이 영끌해서 집을 사고 있는 겁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청원은 3일 오전 11시 현재까지 507명이 동참하고 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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