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애플)보다 더 달콤하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한 벤처기업인의 별세 소식이 사람들의 옛 기억을 끄집어냈다. 양덕준 전 레인콤 대표(69)는 2000년대 초반 MP3 플레이어 ‘아이리버’를 내놓으며 세계시장을 휩쓸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세계 최대 가전쇼(CES)에서 최고 혁신 제품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아이리버는 미국 애플이 2003년 MP3 플레이어 아이팟을 소형화해 내놓으며 위기에 몰렸고, 사과를 깨물어 먹는 애플 비교광고를 내보내며 공격적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팟이 컬러 화면, 비디오 보기 등 지금의 스마트폰에 해당하는 기능을 속속 추가하면서 아이리버는 속절없이 추락하고 말았다. 2007년 아이폰이 나온 이후에는 아이리버뿐 아니라 대부분 MP3 플레이어가 시장에서 사라졌다.
딥러닝(deep learning)으로 무장한 스마트폰이 더욱 똑똑해지면서 통·번역사 속기사 등의 직업도 위협하고 있다. 문법과 맞춤법을 바로 잡거나 멋진 연애편지 문구를 구하는 것도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스마트폰 때문에 없어질 제품이나 서비스, 직업들이 많다는 의미다.
증강현실(AR) 기술이 조금 더 발전하면 아예 ‘스마트폰 없는 스마트폰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금도 스마트폰은 가방이나 옷에 넣어두고 스마트워치로 검색하거나 무선이어폰으로 전화를 받는 것이 가능하다. 음성으로 스마트폰과 명령을 주고받으며 정보를 확인하거나 앱을 실행할 수도 있다. 앞으로 안경에 디스플레이 기능을 구현하거나 스마트워치 위에 홀로그램을 띄울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면 지금의 스마트폰 형태는 사라질 수도 있다.
기술과 예술의 차이는 예술은 새로운 사조가 들어와도 기존 사조를 밀쳐내지 않고 공존하지만 신기술은 이전의 기술을 없애고 그 자리를 꿰차는 특성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낭만주의가 유행하다 계몽주의가 도입돼 인기를 끈다고 해 낭만주의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서로 공존한다. 반면 새로운 기술은 석기→청동기→철기의 흐름처럼 기존 기술을 완전히 몰아낸다. 끊임없이 혁신하지 못하는 기술은 사람들로부터 잊혀질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의 다음 혁신이 어떤 후폭풍을 낳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redael@hankyung.com
② 스마트폰이 다양한 앱을 자유롭게 설치하거나 제거하도록 플랫폼화한 것이 정보통신산업 생태계를 완전히 바꾼 원동력으로 볼 수 있을까.
③ 스마트폰이 더욱 진화하면서 앞으로 바꿀 우리의 일상은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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