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부 자문사들이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올 여름까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 대규모 인수합병(M&A) 등 거래가 드물었던 탓에 두산 발 딜에 이름을 올린 자문사들이 상대적으로 더 주목을 받았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두산그룹발 구조조정 매물들에 대한 자문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들이 크레디트스위스(CS)와 김앤장법률사무소다. 두산그룹은 이날 ㈜두산 내 유압기기 사업부인 모트롤BG와 ㈜두산의 전기차 배터리 소재 자회사 솔루스 매각 등을 마무리짓는다.
두산그룹발 매물은 현재까지 두산인프라코어, 모트롤BG, 두산솔루스, 벤처캐피탈(VC) 네오플럭스, 두산건설, 골프장 클럽모우CC 등이다. 이가운데 CS는 두산인프라코어와 모트롤BG, 두산솔루스, 네오플럭스 등과 연을 맺었다.
두산그룹이 채권단 주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구책의 일환으로 계열사 등 매각에 나서면서 자연스레 평소 산업은행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는 CS에 일감이 몰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면밀히 따져보면 CS의 자체 영업력도 빛을 발했다.
두산솔루스의 경우 CS는 인수자 측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의 인수자문을 도왔다. CS는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의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매각주관업무를 맡고 있는 상황에서 두산솔루스 인수자문까지 따낸 것이다. 두산솔루스의 매각주관사는 삼일PwC로, 실사 업무 연장선 상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두산의 VC계열사인 네오플럭스 역시 CS가 매각주관사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기서 CS는 인수자인 신한금융지주 측 인수자문을 맡아 성사시켰다. 신한금융이 포트폴리오 가운데 VC를 채우고 싶어한다는 니즈를 알고 물밑에서 발빠르게 움직여 인수자문을 따낸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 말 단행된 두산그룹 구조조정에서도 법률자문을 도왔던 김앤장법률사무소는 이번 구조조정 작업에서도 단연 눈에 띈다. 김앤장은 과거 두산그룹의 두산밥캣 상장(IPO),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부문 매각 등을 자문했다.
다만 올해 구조조정 작업에서는 법무법인 기현과 공동법률자문을 하고 있다. 기현은 2016년 김앤장에서 독립한 변호사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로펌이다.
두산그룹 10여개 계열사에 대한 매각 실사 업무는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이 한꺼번에 맡았다. (주)두산, 두산중공업 등 주요 기업에 이미 다른 회계법인들이 감사인 등으로 참여하고 있어 이해상충상 매각자문을 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은 이와 별개로 향후 사업 밑그림을 그리는 컨설팅 업무를 경영전략 컨설팅 회사인 BCG와 회계법인 EY한영에 맡겼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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