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사진)는 첫 직장 생활을 삼성SDS에서 시작했다. 삼성SDS는 1997년 ‘사내벤처포트’라는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시행했고, 이 GIO가 찾은 사업 아이템인 인터넷 검색엔진 ‘웹 글라이더’가 사내 프로젝트에 선정됐다. 어느 정도 사업이 진행되자 이 GIO는 동료들과 서비스 이름을 새로 짓기로 했다.
처음에 나온 이름은 ‘웹지기’였다. 당시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 진행자를 부르는 애칭인 ‘별밤지기’에서 따왔다. 하지만 최종 선택을 받지는 못했다. 직원들은 계속 고민했고, 한 직원이 길가에 서 있는 플라타너스 나무를 보고 ‘플라타너스’를 제안했다. 다른 동료들도 맘에 들어 했다. 플라타너스로 최종 결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 GIO를 포함한 모든 직원은 다시 모여 몇 가지 원칙을 세워 서비스명을 정하기로 했다. 세 음절을 넘지 말 것, 받침이 없어 발음하기 쉬울 것, 인터넷 도메인으로 써야 하기 때문에 영문에 어울려야 할 것 등이 고려 사항이었다. 논의 끝에 나온 단어가 네이버다. ‘인터넷 세상을 항해하다’라는 의미에서 ‘항해하다’의 영어 단어 ‘navigate’에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r’을 결합해 신조어를 만들었다.
이 GIO는 서비스명을 네이버로 확정하고, 1999년 삼성SDS 동료들과 자본금 5억원으로 네이버컴을 창업했다. 사업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건 아니었다. 검색 기술을 인정받아 수백억원을 투자받았지만 이용자 증가 속도는 더뎠다. 해결책이 필요했다. 그때 삼성SDS의 옛 동료에게 연락했다. 게임 포털 서비스 한게임의 김범수 대표(현 카카오 이사회 의장)였다. 당시 한게임 이용자 수는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게임이 무료라서 돈은 제대로 벌지 못했다.
2000년 네이버컴과 한게임에 인터넷 검색 기술업체 서치솔루션까지 합병했다. 사명도 변경했다. 네이버컴과 한게임의 비전을 모두 담아 NHN이라는 회사 이름을 새로 만들었다. ‘넥스트 휴먼 네트워크(Next Human Network)’의 줄임말이다. 당시 NHN은 “회사가 추구하는 인간의 미래지향적 의지와 가치를 상징한다”며 “기존의 네이버(Naver)와 한게임(Hangame)을 연상할 수 있는 철자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사명이 NHN에서 다시 네이버로 바뀐 것은 2013년이다. NHN의 게임 사업 부문(한게임)이 분할되면서다. 김범수 의장 등 한게임 출신들은 대부분 회사를 떠났고, 서치솔루션 창업자인 이준호 NHN 최고운영책임자(COO·현 NHN 회장)는 한게임을 가지고 독립했다. 이 GIO가 홀로 회사를 이끌게 되면서 NHN을 자신이 창업했던 회사의 이름으로 되돌렸다.
일본에서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라인을 운영하는 네이버 자회사 라인의 사명도 네이버와 비슷한 경우다. NHN의 자회사였던 NHN재팬이 내놓은 라인 서비스가 크게 성공하자 회사명을 라인으로 변경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