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퍼블릭 골프장인 스카이72(72홀) 신규 사업자 선정이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 위기를 맞았다. 현 사업자인 스카이72 측이 신규 사업자 선정을 추진 중인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상대로 ‘입찰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법적 공방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법원이 어느 쪽 손을 들어주든 양측이 “끝까지 시비를 가리겠다”는 방침이어서 입찰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사는 이달 초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의 새 사업자를 찾는 입찰 공고를 냈다. 입찰 최소 금액이 하늘코스(18홀)와 바다코스(54홀)를 합쳐 321억원에 달한다. 기존 임대료(2019년 143억원)보다 대폭 인상됐다. 공사는 이달 24일 입찰을 마치고 신규 사업자를 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스카이72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적신호가 켜졌다. 법원이 스카이72의 청구를 받아들이면 입찰 절차가 중단되기 때문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공사는 스카이72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이의신청을 법원에 제기하며 대응에 나섰다. 법원은 10일 양측 의견을 들어본 뒤 입찰 진행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하지만 양측의 의견 차가 커 본 소송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입찰이 장기 지연될 수 있고, 2021년 1월로 예정된 신규 사업자의 사업 인수도 어려워진다.
두 회사의 갈등은 2002년 맺은 계약(실시협약)의 성격에 대한 이견에서 비롯됐다. 공사는 실시협약을 민간투자(BOT) 방식 계약이라고 보고 있다. BOT는 민간사업자가 스스로 자금을 조달해 사회기반시설을 짓고 일정 기간 관리·운영한 뒤 사업자가 비용을 들여 철거하거나 정부에 소유권을 넘기는 민간투자 방식이다. 스카이72의 지상물 권리는 물론 계약갱신 청구권, 토지 조성에 투입된 유익비 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공사의 판단이다. 공사 측은 “신의성실 원칙을 지켜야 할 스카이72가 약속을 뒤집고 계약질서를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카이72는 공기업인 공사가 민간투자 계약을 맺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최종 계약에도 ‘무상 인도’를 명시한 문구가 없는 만큼 단순 토지임대계약이라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상권과 유익비 등도 퇴거 전에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민규 법무법인 은율 변호사는 “명도소송이 진행되면 1심이 빨라야 6개월 정도 걸린다”며 “1심 법원이 공사 손을 들어줘 가집행 판결을 내도 스카이72 측이 보증금을 걸고 집행정지를 신청할 수 있어 결국 최종심까지 가는 등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입찰에 참여하려던 사업자들도 비상이 걸렸다. 공사가 신규 사업자 입찰을 내면서 스카이72와 법적 분쟁으로 파생되는 사업 지연 등의 책임을 신규 사업자가 전적으로 지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 입찰을 준비하던 한 골프장 관계자는 “사태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선 분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아 사업성을 따지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순신/남정민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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