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서 대법원의 편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1·2심 재판 결과를 뒤집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고 있어서다. 지난 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하다는 판결처럼 모호한 근거로 여권과 노동조합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현재 대법원 법관 총 14명 중 10명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됐다.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에는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이 아니다”라고만 규정돼 있다. 법외노조 통보와 노조의 법적 지위 박탈 등 구체적인 행정처분 규정은 없다. 당시 고용부는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2항(‘행정관청은 해직자 등을 가입시킨 노동조합(노조)은 노조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해야 한다’)에 따라 행정처분을 했는데, 대법원은 “실질적으로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을 박탈하는 중요한 결정(법외노조 통보)이 구체적인 법률 근거가 없는 시행령에 근거해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조계에선 기존 판례를 뒤집는 ‘이례적인 판결’이라고 지적한다. 기존 판례들은 법률에 ‘행정처분을 할 수 있다’는 문구가 굳이 명시돼 있지 않아도 시행령만으로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판단해왔다. 법률에 모든 행정처분 규정을 따로 마련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3년 전교조가 처음 소송을 제기할 때만 해도 “법 개정 없이 전교조가 이기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었던 이유다. 앞선 1·2심은 시행령을 근거로 법외노조 통보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지금까지 시행령에 대해 융통성 있게 심리해오던 법률유보원칙을 하필 전교조 사건에서 엄격하게 적용했다”며 “앞으로 다른 시행령에도 이런 기준을 적용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외이사 임기제한(상법 시행령)이나 국민연금 경영권 개입(자본시장법 시행령) 등 기업활동을 규제하는 것도 대부분 시행령”이라며 “그런 사건에서도 ‘별도의 법규정이 필요하므로 무효’라고 똑같은 기준을 적용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변호사들 사이에선 ‘요즘 대법원이 걱정스럽다’ ‘성향 따라 판결이 갈린다’는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사법부 신뢰를 위해서라도 이런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관들이 ‘소수자’ 혹은 ‘약자’의 정의를 좀 더 신중히 내려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법이 소수자와 약자를 보호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약자’의 정의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며 “노동자라도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은 갈수록 소위 진보 색채가 뚜렷해지고 있다. 오는 8일 퇴임하는 권순일 대법관(박근혜 정부 때 임명)의 후임으로는 우리법연구회 출신 이흥구 부장판사가 올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대법관은 11명으로 늘어난다. 이 중 6명(김명수·김상환·김선수·노정희·박정화·이흥구)은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이다. 한 대형 로펌의 판사 출신 변호사는 “첨예하게 갈리고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일수록 김명수 대법원은 법리와 관계없이 ‘예상 가능한’ 결과를 내놓는다”며 “이는 사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이기도 해 씁쓸하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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