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17 - 김유림(1991~)

입력 2020-09-06 17:19   수정 2020-09-07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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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세게 분다. 방울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무섭다. 방울은 보이지도 않는데 운다. 새는 아까부터 울고 있었다. 바람 없이도. 그런 걸 애정이라 할 수 있다. 방울은 이제 따르르 울기도 하고 파르르 울기도 한다.

나는 물론 울지 않는다.

시집 《세 개 이상의 모형》(문학과지성사) 中

연이은 태풍의 여파로 거센 비바람이 부는 나날입니다. 새삼 바람에게도 소리가 있었다니! 제가 들은 것은 정말 바람의 소리였을까요? 바람에 작은 풍경이 흔들려 소리를 내는 것처럼 바람은 세상에 소리를 입히는 중이라는 생각. 세상의 모든 흔들림에는 바람의 소리가 깃들어 있다는 생각. 자그마한 방울조차도 방울의 소리가 있다니! 보이지 않아도 우는 것들은 세상에 얼마나 많을까요. 이런 생각을 애정이라고 말하는 시인의 마음처럼 거센 바람이든, 코로나19이든 여러분 당신 모두에게 아무쪼록 피해가 없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에요. 아무도 울지 않도록.

이서하 시인(2016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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