뎅기열과의 전쟁에 ‘불임’ 수컷모기 동원한 싱가포르

입력 2020-09-07 15:29   수정 2020-09-27 00:32


싱가포르가 ‘뎅기열과의 전쟁’에 수컷 모기를 동원했다. 모기를 매개체로 전파되는 뎅기열에 대응하기 위해 모기를 이용한다는 발상이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이 수컷 모기들이 사실상 불임 상태라 결과적으로는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평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뎅기열 감염률을 낮추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수컷 모기 살포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싱가포르에서는 뎅기열 환자가 2만7000명 이상 발생했다. 사상 최대 수치라 보건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컷 모기를 활용한 뎅기열과의 전쟁이 가능한 이유는 월바키아(Wolbachia) 박테리아에 있다. 우선 모기알에 월바키아를 주입, 월바키아에 감염된 수컷 모기를 대량으로 양산한다. 월바키아에 감염된 수컷 모기가 비(非) 감염 암컷 모기와 짝짓기를 해서 낳는 알은 부화되지 않는다는 원리를 활용했다.

싱가포르는 수컷 모기만 월바키아에 감염시키는 방법을 쓰고 있다. 암컷 모기와 수컷 모기 모두 월바키아에 감염되면 생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암컷 모기를 완벽하게 걸러내기 위해 번데기 상태에서 암수를 구분한 다음 컴퓨터 시스템과 엑스선까지 활용한다.

이렇게 월바키아에 감염된 수컷 모기를 외부에 방생하면 자연 상태의 암컷 모기와 아무리 접촉해도 번식이 불가능하다. 자연 상태의 암컷 모기는 월바키아에 감염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뎅기열을 옮기는 암컷 모기의 숫자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된다.

싱가포르 정부는 월바키아 감염 수컷 모기를 방류한 지역에서 뎅기열이 발생할 확률은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65~80%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세계 인구의 절반이 뎅기열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싱가포르를 비롯해 열대지방 국가들이 특히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전세계에서는 뎅기열을 비롯한 여러 병을 옮기고 살충제에도 빠르게 적응해 살아남는 모기를 박멸하기 위한 유전자 변형 등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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