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나라면 '뉴딜펀드'에 투자할까

입력 2020-09-07 17:33   수정 2020-09-08 00:40

정부가 지난주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여당의 ‘원금 보장과 연 3% 수익’ 언급으로 논란이 됐던 그 펀드다. 지난 7월 발표된 ‘한국형 뉴딜 종합계획’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다. ‘한국형 뉴딜’의 핵심은 ‘디지털’과 ‘그린’이다. 코로나가 깨닫게 해준 확실한 두 가지가 비대면의 가속화와 미세먼지 없는 세상의 소중함인 것을 감안하면, 큰 방향엔 이견이 없을 듯하다. 뉴딜펀드는 이런 초대형 국가프로젝트의 성과를 국민과 함께 나눈다는 취지를 내세웠다. 하지만 ‘국민참여형’이라는 수식어와 달리, 일반 투자자들이 누릴 수 있는 이익은 별로 없어 보인다.

정부가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조성 및 뉴딜금융 지원방안’에서 언급한 금액은 5년간 190조원이다. 이 중 170조원은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100조원)과 5대 금융지주사(70조원)가 대출 또는 투자하는 ‘뉴딜금융’이다. 나머지 20조원이 뉴딜펀드다. 정확하게는 ‘정책형 뉴딜펀드’ 규모다. 이 펀드는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7조원을 출자해 모펀드를 조성하고, 은행 연기금 등 민간 자금 13조원을 매칭해 자펀드를 만드는 방식이다. 개인은 자펀드를 공모 형태로 만든 펀드에 가입해 ‘참여’할 수 있다. 손실이 나도 기본 10%까진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떠안는다. 펀드 투자자 손실을 왜 ‘세금’으로 메워주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부 설명대로 이미 비슷한 정책펀드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벤처펀드들이다. 30%까지는 손실이 나도 성장사다리자금과 위탁운용사들이 먼저 떠안는 방식으로 개인의 투자손실 가능성을 낮췄다.

펀드 투자자들에겐 원금 보장보다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뉴딜펀드는 투자대상이 모호해 운용사들도 선뜻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소부장만 해도 ‘실체’가 있었는데, 학교를 리모델링하는 그린스마트학교처럼 공공성 강한 프로젝트들이 적절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연 3% 수익률 제시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국고채 이상의 수익률을 추구한다”고 했는데, 연 2% 안팎의 수익에 일반 투자자가 장기간 돈이 묶이는 것을 감내할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정부는 정책형 뉴딜펀드 외에 ‘인프라 뉴딜펀드’ 육성과 ‘민간 뉴딜펀드’ 활성화를 뉴딜펀드의 다른 두 축으로 내세웠다. 인프라 뉴딜펀드는 투자액 2억원까지 배당소득에 대해 9% 분리과세라는 ‘당근’을 제시했다. 금융소득 2000만원이 넘는 자산가들에겐 솔깃한 조건이지만 다수의 일반 국민에겐 ‘글쎄’다.

민간 뉴딜펀드는 자산운용사들이 알아서 설정하는 일종의 테마펀드다. 소부장으로 치면 문재인 대통령이 가입해 화제가 된 NH아문디운용의 ‘필승 코리아’ 같은 펀드다. 뉴딜과 연관된 디지털, 그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종목에 투자하는 펀드는 지금도 많다. 뉴딜 바람을 선반영해 주가가 급등한 종목이 많아 새로 설정된 펀드 가입자들이 거품을 떠안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정부는 지난 3년간 정책펀드를 통해 벤처업계에 엄청난 돈을 풀었다. 그리고 일반국민도 동참시키기 위해 코스닥벤처펀드를 만들었다. 공모주 우선배정에다 300만원 소득공제 혜택까지 붙였다. 요즘 공모주가 뜨니 성과는 괜찮다. 하지만 자금 쏠림으로 전환사채(CB)와 같은 메자닌 시장을 왜곡하는 부작용도 낳기도 했다. 뉴딜펀드는 코스닥벤처펀드와 비교해도 개인투자자에게 매력이 적다. 국민 참여를 내세웠지만, 결국 금융사와 연기금을 정책에 동원하기 위한 것이란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ps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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