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화웨이에 이어 중국의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에 대한 무역 제재를 검토 중인 가운데 중국 당국이 외국 기업 탄압을 중단하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7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SMIC 제재 가능성과 관련 "미국은 중국 기업을 노골적으로 괴롭히고 있다"면서 "미국은 외국 기업에 대한 탄압을 중단해야 한다"고 정례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최근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가 안보를 이유로 국력을 남용해 중국 기업에 대해 각종 제재를 하고 있다"며 "이는 적나라한 패권주의적 행태이고, 중국은 이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SMIC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MIC가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되면 미국 기업들이 부품판매 등으로 SMIC와 거래를 할 때 미 행정부의 사전승인(라이선스 발급)을 받아야만 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국방부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이번 조치는 SMIC에 대한 모든 수출이 보다 포괄적인 검토를 받게 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선 미국의 SMIC 제재가 현실화된다면 SMIC가 화웨이에 시스템반도체를 납품하는 만큼 미국의 제재는 화웨이에 추가적으로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또한 SMIC가 활용하고 있는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램리서치 등의 공정장비, 부품 수급도 사실상 막히게 된다.
중국이 추진 중인 첨단 반도체 육성전략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화웨이가 반도체 생산을 맡겨오던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와의 관계가 끊긴 데 이어 그 대안으로 SMIC를 육성하려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SMIC를 '마지막 보루'로 두고 집중 투자를 통해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SMIC는 1·2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나 삼성전자와의 기술력 격차는 크지만, 글로벌로 보면 업계 4위 수준이다.
현재 중국은 파운드리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SMIC 제재 가능성까지 흘러나오면서 중국 파운드리 수급 불균형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SMIC 제재 가능성 보도에 이날 SMIC의 주가는 홍콩과 중국 증시에서 폭락했다. 홍콩 증시에서는 22.88% 폭락해 18.24홍콩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7월 16일 이후 최저치다.
이 여파로 홍콩 항생지수도 0.43% 하락한 24589.65에 장을 마감했다. 또 상하이 증시에서는 11.29% 떨어졌다.
한편 미국의 SMIC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DB하이텍이 대체제로 수혜를 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의 스마트폰 및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들이 이미지 센서나 지문인식 센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의 핵심 부품 수급을 위해 한국 업체로 수급을 확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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