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워런 버핏 같은 미국의 투자 대가들은 은행주와 국채 비중은 줄이고 성장주와 금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2분기에 성장주 비중을 더 높여 코로나19 장세에 대응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보고서(Form 13F)를 분석한 결과다. SEC는 1억달러 이상을 운용하는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들을 대상으로 분기가 끝나면 45일 안에 의무적으로 보유 종목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버핏이 스토어캐피털이라는 리테일 리츠를 추가 매수한 것도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스토어캐피털은 코로나19로 리츠의 임대수익과 배당금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에 주가가 폭락한 상황이었다. 벅셔해서웨이의 2분기 보유 종목 가운데 부동산업종은 스토어캐피털이 유일하다. 2017년 1분기 처음으로 편입한 뒤 3년여 만에 추가로 사들였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스토어캐피털은 온라인 채널로 대체할 수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임차인 비중이 높아 구조적인 산업 변화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며 “스토어캐피털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할 기반을 확보했다고 판단해 버핏이 저점 매수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버핏은 웰스파고, JP모간 등 대형 은행주 비중은 축소했다. 5월에는 델타, 아메리칸에어라인 등 항공주를 전량 처분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V자 반등을 예측한 켄 피셔 피셔자산운용 회장도 기술주를 택했다. 페이팔, 애플 등 기술기업과 신재생에너지 기업 넥스트에라에너지를 추가로 사들였다. 매도 상위 5개 종목은 크레디트스위스 대형성장주 ETF(FLGE), UBS AG FI 인핸스드 글로벌 하이일드 ETF(FRLG) 등 모두 주식·채권 레버리지 ETF가 차지했다.
조 단위 자산을 운용하는 운용사들도 전통 대형주보다는 성장주 비중을 높였다. 세계 3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스트리트는 JP모간(금융), 레이시온(방위산업), 버라이즌, AT&T(통신) 등 코로나19의 직접적 타격을 입은 업종 지분을 줄이고 그 자리를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팔, 페이스북, 엔비디아 등으로 채웠다. 운용자산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인 블랙록은 포트폴리오 내 정보기술(IT)업종 비중이 1분기 20.6%에서 2분기 22.2%로 늘어난 반면 커뮤니케이션 업종(6.5%→5.6%)과 금융 업종(16.4%→15.3%)의 비중은 감소했다.
테슬라 2대주주로 유명한 영국 투자회사 베일리 기포드는 2분기에 테슬라, 알리바바, 엔비디아 등의 비중을 소폭 줄이는 대신 비대면 주식을 편입했다. 음원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 중남미 전자상거래업체 메르카도리브레,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기업 클라우드플레어,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 트윌리오, 싱가포르 정보기술(IT)업체인 씨 등을 추가 매수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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