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인리발전소를 '문화 창작 기지'로…도시재생 신화 또 쓴다

입력 2020-09-08 17:18   수정 2020-09-09 00:34


서울 마포구에 있는 ‘경의선 숲길공원’은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100여 년 된 경의선 철도 폐선 부지는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10만㎡ 규모의 공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서울의 새로운 명소가 됐다. ‘연트럴파크’로도 불리는 이곳의 상권은 입소문을 타고 모여든 사람들로 활력이 생겼고, 마포는 그야말로 ‘뜨는 동네’가 됐다. 마포구는 도시재생 성공신화를 이어가기 위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는 도시재생을 넘어 문화재생이라는 더 큰 목표를 세웠다.
역사적 흔적 기반으로 한 철길 테마거리
마포구 당인동(어울마당로) 일대는 과거 서강역에서 당인리발전소(현 서울복합화력발전소)를 잇는 철도인 당인리선이 지나는 길이었다. 당인리선은 당인리발전소에 석탄을 공급하기 위해 1929년 개통됐지만 이용객이 줄어들고 발전소에서 더 이상 석탄을 사용하지 않게 되면서 1980년 폐지됐다. 지금은 철로와 승강장을 구분했던 플랫폼 흔적만 남아 있다.

당인리선이 지나던 당인동 일대는 지난 6월 ‘2020 서울시 골목길 재생사업’에 선정되면서 새롭게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2022년 준공을 목표로 올해 용역 및 소규모 특화거리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마포구는 서울복합화력발전소 지하화 사업과 연계해 이 지역 일대를 과거 ‘석탄을 나르던 곳’에서 ‘문화를 나르는 곳’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홍대와 당인리발전소, 한강으로 이어지는 이 지역은 역사적 흔적을 기반으로 한 철길 테마거리 ‘당인문화路’로 재조성된다. 철길테마의 교차로와 옛 당인리역 포토존, 휴식공간 등이 당인문화路의 주 구성 요소다. 어울마당로 인근 상권(와우산로 3길 일대)은 당인문화路 분위기와 어울리는 간판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정비할 예정이다.

주변의 노후 주택가 골목길에 새 숨을 불어넣는 사업도 추진된다. 주민 주도로 담장을 낮추고 마당을 공유해 골목의 표정을 바꾸고, 조명이 없는 어두운 길에는 가로등을 추가로 설치하기로 했다.

마포구 관계자는 “주민들 주도로 골목환경을 개선하고 공동체를 단단히 하는 사업 과정에서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상점들이 자생적으로 생겨나 골목상권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폐발전소 시설을 문화 시설로
한국 최초의 석탄 화력발전소인 당인리발전소도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20세기 중반 수도권 전력발전을 책임졌던 이곳은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로 새롭게 태어날 예정이다. 기존 발전소를 대체할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는 당인리발전소 부지 지하에 둥지를 틀었다. 올초 가동을 시작한 이 발전소는 도심 지하에 세워진 세계 최초 LNG 복합화력발전소다.

원래 발전소가 있던 땅 위에는 1단계 사업으로 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2단계로는 기존 폐발전소 시설을 산업유산 체험공간과 500석 규모의 공연장, 전시장 등 문화시설로 탈바꿈시키는 사업이 예정돼 있다. 올해 하반기 착공해 2022년 준공 예정이다. 마포구는 이를 통해 산업유산 보존이라는 문화적 가치를 이어가는 한편 문화예술가들에게 창작공간을 지원하고 주민에게는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해 지역의 자생적인 문화예술 생태계를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마포구는 한강 수변에서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를 거쳐 홍대 문화광장, 경의선 숲길공원까지 이어지는 문화축을 연결하기 위해 홍대 지역 일대 지하공간 개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구는 ‘걷고싶은거리’와 ‘어울마당로’ 일대 지하공간을 개발해 주차장을 짓고, 지상에 친환경 휴식공원과 문화광장, 쉼터 등을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마포구는 앞으로도 ‘소규모 골목길 재생사업’과 같이 작은 규모의 생활밀착형 도시재생사업을 주민들과 함께 추진해 지역의 오랜 고민을 해결하고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어울마당로 일대는 과거 서울의 산업 발전을 이끌던 중추적인 지역이었다”며 “이제는 새롭게 서울의 문화·관광을 연결하는 곳으로 재탄생시켜 다시 한번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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