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사업자가 낸 보험료로 '특고 실업급여' 지원하라는 정부

입력 2020-09-08 17:19   수정 2020-09-09 01:30


정부가 각계의 반대에도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에 대한 고용보험 의무가입을 강행하고 있다. 특히 특고의 고용보험을 별도 계정으로 만들지 않고 기존 직장인 실업급여 계정을 함께 쓰기로 확정했다. 직장인과 기업들이 낸 보험료로 특고 종사자의 실업급여를 대 주라는 의미다.

정부는 8일 국무회의에서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특고 종사자를 고용보험 적용대상에 포함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올해 12월 예술인의 고용보험 적용에 이어 내년 특고 종사자 적용을 추진키로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특고 종사자는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고 그에 따른 대가를 얻는 계약을 체결한 사람으로,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된다. 구체적인 적용 직종은 추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정부는 우선 전체 특고 종사자 중에서 노무 전속성(한 사업주에 속해 있는 정도)이 강한 직종부터 가입시킨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현재 산재보험 적용 대상인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골프장캐디,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방문판매원 등 14개 직종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보험료는 임금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특고 종사자와 사업주가 공동 부담하게 된다. 보험료율은 시행령으로 정한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이직일 전 24개월간 12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입해야 한다. 다만 임금 근로자와 달리 소득 감소로 인한 자발적 이직도 실업으로 인정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특고 종사자의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는 크게 세 가지 부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우선 기존 임금 근로자와 소속 기업이 낸 실업급여 계정과 특고 종사자의 계정을 합치는 문제다.

경영계에서는 특고 종사자와 근로자의 고용보험 재정은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고 종사자는 통상 실직과 이직이 일반 직장인보다 잦아, 자칫 직장인과 해당 기업들이 낸 보험료로 이들의 실업급여를 충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임의가입 대상인 자영업자 고용보험 재정은 근로자 계정과 분리돼 있다.

이에 대해 권기섭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같은 임금 근로자라 하더라도 기간제와 정규직 보험료가 다르지 않고, 사업장 규모별로도 보험료 차이를 두지 않는다”며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할 때마다 계정을 분리한 적도 없기 때문에 두 계정을 분리해서 운영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논란은 보험료 분담 비율에 관한 문제다. 경제계와 전문가들은 특고 종사자는 임금 근로자가 아니라 사업 파트너이기 때문에 사업주의 부담이 더 적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친노동계 인사 위주의 고용보험위원회가 결정하게 되면 5 대 5로 정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떨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권 실장은 이에 대해서도 “사업주와 특고 종사자가 비슷한 비율로 분담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했다.

세 번째는 실업급여 수급 자격 논란이다. 개정안은 특고 종사자가 소득이 줄어 스스로 이직하는 경우도 실직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일각에서 정부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같은 지적에 정부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짝 물러서 수정안 검토를 시사했다. 권 실장은 “특고 종사자가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기여기간(직전 24개월간 12개월 보험료 납입)은 임금 근로자(직전 18개월간 180일 납부)보다 길다”면서도 “실업 인정 범위나 보험료율을 달리하는 등 (입법 과정에서) 좀 더 논의가 되면 우려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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