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주식 시장은 혁신 기업이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과 같은 기술 혁신 기업들은 미국 증시를, 최근 주목받는 K-뉴딜 관련 기업은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들 기업들의 공통점은 향후 10년 이상의 미래를 책임질 혁신 기업이라는 점이다. 높은 수익을 내려면 혁신 테마를 조기에 골라내 남들보다 빠르게 투자해야한다. 그리고 장기간 보유해 상당히 높은 수익을 달성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내가 주목한 테마가 정말 혁신인지를 알아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술적 돌파구가 마련되어 전혀 다른 종류의 기술이 탄생할 때도 있다. 이것이 불연속적인 혁신이다. 20세기 초반까지 주류 교통수단이었던 마차가 내연기관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로 대체된 것이 불연속적인 혁신의 대표 사례다. 일정 기간 누적된 과학 기술이 빛을 발해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던 완전히 새로운 핵심 가치가 세상에 태어나게 된 것이다. 말이 끄는 힘과 내연기관 엔진은 서로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20세기 산업 발전 역사를 화려하게 수놓은 불연속적인 혁신의 사례는 최초의 반도체, 최초의 PC, 최초의 인터넷, 최초의 스마트폰 등이 있다.
첫번째는 ‘초기 시장’ 단계다. 불연속적인 혁신 기술을 둘러싼 초기의 산업활동은 이상주의자들이 후원하고 기술열광자들이 성원하면서 시작된다. 이상주의자들은 대중들보다 앞서있다는 우월감을 중요시하는 집단이다. 이들은 우월감을 과시하기 위해서 기꺼이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받아들인다. 기술열광자들은 새로운 기술의 내재적 가치를 믿는 사람들이다. 자신들의 선택이 옳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아직은 불편하기 짝이 없는 불연속적인 혁신 기술의 특성을 기꺼이 실험해보려고 한다.
그러나 이 둘은 단지 앞서나갈 뿐 시장의 주류가 아니다. 따라서 초기 시장은 개인 고객 위주로 형성된다. 또한 소수의 혁신 기업 회사들은 해당 기술의 타당성과 성장 가능성을 외부에 알리느라 바쁘다. 그리고 당연히 이들 기업들 간의 관계는 상당히 배타적이다. 초기에는 사소한 기술적 우월성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에 이들은 자신의 장점을 광고하고 경쟁사들의 단점을 비방한다.
두번째는 ‘캐즘’ 단계다. 캐즘이란 불연속적인 혁신 기술로 탄생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할 만한 자연스러운 고객이 없는 상태다. 쉽게 말해 혁신 기술이 이상주의자들에게는 충분히 새롭다는 인식을 주지 못하는 동시에 너무나 불연속적이기에 일반 대중들에게는 거부 당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기술로 탄생한 제품과 서비스는 대부분 잠깐 동안만 시장에 머물 뿐이다. 매출보다는 비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개인용 정보 단말기(PDA)와 세그웨이다.
세번째는 ‘회오리바람’ 단계다. 회오리바람은 초고성장 단계를 가리키는 용어다. 이 단계에서 대중들은 불연속적인 혁신 기술을 대규모로 수용한다. 수요가 급격히 팽창하고 이 세상의 모든 공급사슬이 수요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단계다. 모든 대중이 한꺼번에 신기술을 수용하기 때문에 하룻밤 사이 대규모 시장이 형성되기도 한다.
회오리바람 단계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애타게 찾던 고릴라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불투명한 혁신 기술로 시장은 굉장히 불안정한데, 마침 대중들이 급격하게 해당 기술을 수용하면서 발전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생겨난다. 따라서 다양한 참여자들이 해당 시장으로 돌진하기 시작하는데 이 과정에서 불안정성은 더욱 높아지고, 대중들의 표준에 대한 갈망 역시 높아진다. 대중들은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 이들은 질서를 원한다. 따라서 회오리바람 단계에서 가장 시장 영향력이 큰 집단의 표준이 급속도로 산업 전체의 표준으로 자리잡게 된다. 이러한 표준을 제시한 회사가 바로 고릴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산업에서 명백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는 순간 모든 사람이 고릴라의 어깨에 올라타고 싶어한다. 따라서 고릴라 기업의 서비스와 제품의 수요가 폭발하고, 시장은 고릴라를 중심으로 재편된다. 일단 한 기업이 고릴라가 되면 그 지위는 공고해진다. 기존 시장 참가자들이 고릴라가 시장 선두 자리를 유지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대규모 시장이 막 탄생해 고릴라가 만들어낸 표준 위에서 돌아가기 때문이다.
네번째는 ‘메인 스트리트’ 단계다. 이 시기는 회오리바람 단계의 수요 공급 불일치가 해소돼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단계를 말한다. 이 시기에 도달하면 초고성장은 둔화하고 안정된 시장의 최종 규모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이 단계가 오면 고릴라의 힘이 빠질 것이라고 추측하기 쉽지만, 오히려 고릴라의 힘은 더욱 강해진다. 표준을 제시한 고릴라 기업들은 수년간 지속해온 가공할만한 경쟁우위를 바탕으로 시장을 본인들의 의도대로 주무른다. 시장 자체가 되어버린 고릴라는 이제부터 소소한 연속적인 혁신 만으로도 시장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
시장의 발전 방향 역시 고릴라 기업의 회의실에서 나온다. 고릴라가 된 회사에는 시장을 독점하면서 비축해놓은 엄청난 규모의 현금이 있다. 1990년도 초반 마이크로소프트가 하드웨어 중심이었던 컴퓨터 산업에 윈도우를 통해 소프트웨어 혁명을 일으킨 뒤 오늘날까지도 고릴라의 지위를 잃지 않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고릴라 게임을 살펴보는 궁극적인 목적은 바로 혁신 테마를 조기에 골라내 남들보다 빠르게 투자하는 것이다. 그리고 장기간 보유해 상당히 높은 수익을 달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내가 주목한 테마의 가치사슬에서 회오리바람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고릴라 게임에서는 다음과 같은 4가지 체크리스트를 제시하고 있다.
1.해당 테마의 가치사슬은 대규모 회오리바람 시장으로 발전할 수 있는가?
2.만약 그렇다면 무엇이 현재 그것을 가로막고 있는가?
3.이런 제약조건들은 제거될 것으로 보이는가?
4.만약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남은 제약조건은 제거될 것인가? 누가 그것을 제거할 것인가?
오늘날 산업 혁명으로 만개한 과거의 불연속적인 혁신들은 모두 위의 4가지 질문을 통과했다. 물론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은 굉장히 주관적일 것이다. 그러나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상당히 많은 연구를 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물은 혁신 테마 투자의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주코노미TV 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획=주코노미, TIGER ETF
총괄=조성근 디지털라이브부장
글·출연=이용재 미래에셋자산운용 ETF기관마케팅 팀장
진행=나수지 기자
촬영·편집=김인별 PD
제작=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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