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i>"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알바생을 자른 게 아니다. 경기는 이전부터 어려웠다. 인건비 때문이다. 경기는 계속 안 좋은데 임금만 계속 오른다. 사람을 어떻게 쓰라는 말인가. 이렇게 사람 쓰다 망하겠다 싶었다."</i>아르바이트생은 어디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십여 년간 편의점을 운영했다는 손모 씨(51)는 이같이 하소연했다. 손씨는 주말 하루만 제외하고 온종일 판매대를 직접 맡는다고 한다. 원래는 알바를 고용해 24시간을 돌렸지만, 최근에는 알바생도 모두 그만두게 하고 24시간 영업도 포기했다. 지속되는 불경기와 코로나19에도 지난달 내년 최저임금 상승 소식이 전해지자 알바생들을 정리해야만 했다.
최근 가게를 내놨다는 정모 씨(35)도 "예전에는 시간제로 알바를 썼는데, 지금은 할 수가 없다. 장사는 안 되는데 임금 부담이 너무 컸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최근에는 대출을 받아서 임대료를 내고 있는데 이미 많이 오른 임금이 앞으로 계속 오른다고 하고, 무서워서 장사를 접어야겠다고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알바생을 내보내야 하는 현실을 보여주듯, 9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7만명 이상 줄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6만명 넘게 늘었다. 인건비 부담으로 알바를 자르고 혼자 가게를 운영하는 사업자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또 상용근로자의 수가 증가한 반면, 노동현장 취약계층으로 불리는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 40만명가량이 일자리를 잃었다.
해당 고용지표를 실제 발표한 통계청은 이러한 취약계층 취업자 수 감소가 코로나19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반면 경제 전문가 일각은 문재인 정부가 외친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이 코로나 사태보다 더 앞선 영향을 키웠다고 진단하고 있다.
종합하면 코로나 사태 장기화와 소주성 정책의 부작용이 복합적으로 경제 상황을 악화시키는 사이 우리 주변 취약계층 일자리가 썰물처럼 쓸려나갔다는 점은 분명해보인다.
통계청 "취약계층 충격은 코로나19 탓"
8월 취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27만4000명 감소한 2708만5000명을 기록하며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개월 연속 감소한 이래 최장 기간 하락세다.
특히 취약계층이 받는 고용 충격이 두드러졌다. 지난달 임금근로자 중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만8000명, 일용근로자는 7만8000명 감소했다. 상용근로자가 28만2000명 증가한 것과 대조된다.
자영업계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는 각각 17만2000명, 5만4000명 줄었다. 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6만6000명 증가했다.
통계청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가장 많은 타격을 받은 계층이 임시직인 것은 맞다"라는 해석이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면 서비스 중심의 숙박업, 학원을 포함한 교육 서비스업, 도소매업에서 임시직을 축소한 영향"이라면서 "산업이 몸집을 줄이면서 임시직이 직관적으로 타격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과장은 "임금 상승과의 연관 관계를 명확히 말하기는 어렵다"라며 선을 그었다. 지난달 초 고용노동부는 2021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8720원으로 올해(시간당 8590원)보다 1.5% 올렸다. 최저임금제 도입 후 가장 낮은 인상률이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매해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한 데다 올해에는 코로나19 확산에도 최저임금이 지속 상승하자 업계와 학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던 상황이다.
학계 "코로나19 탓? 소득주도성장의 실패"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취약계층 고용 시장 직격타의 이유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 등 정책 실패로 어려움이 고조되던 경기가 코로나19를 만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반기에도 고용 한파가 지속될 전망이어서 양극화가 더 심화될 우려도 제기된다. 이미 2분기에 소득 격차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 빈곤층의 근로소득은 상위 20% 부유층의 근로소득보다 4.5배 더 감소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덮고 있었기에 이미 진행된 경기 악화가 덜 드러났던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에서 소득은 임금을 말하는 것인데, 이는 생산 측면에서 비용으로 취급된다"라며 "따라서 최저임금이 인상될수록 고용주가 쓰게 될 고용원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순리"라고 꼬집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임금 인상을 포함한 소득주도성장론의 영향으로 악화되고 있던 경기가 코로나19를 만나 더욱 안 좋아졌다고 보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노동시장이 경직적인 상황에서 임금은 올라갔는데, 경제 사정은 좋지 않다"라며 "고용자 입장에서도 자체 생존을 해야 하기에 고용을 줄이는 것이 당연한 흐름"이라고 말했다.
소득이 낮은 계층이 고용 시장의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불경기에 소득 격차가 두드러진다는 게 성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결국 경기 상황 악화, 노동시장 경직 등이 복합된 상황에서 타격을 받는 것은 앞으로도 취약 계층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 교수는 "(이제라도 정부가) 노동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에서 벗어나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줄이고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른 경제원칙에 부합하는 정책 수용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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