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달 코스닥시장에 입성할 예정이었던 바이오 기업 4개사가 모두 다음달로 일정을 미뤘다. 치매진단키트 개발사인 피플바이오는 지난 3~4일 일반 청약을 받기로 했으나 다음달 7~8일로 연기했다. 매출 전망에 대한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증권신고서를 세 번이나 정정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혈액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조기에 진단하는 키트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지난 8월 국내와 필리핀에 출시했다. 아직 매출이 미미한데도 금융감독원은 2022년 실적 추정치와 주요 판매 계약을 증권신고서에 적시하도록 요구했다. 병원과 공동 개발 중인 내용과 유사 기업의 재무비율도 추가 기재하도록 했다.
코로나19 수혜주로 꼽히는 체외진단기업 미코바이오메드도 금감원의 심사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 전년 매출의 다섯 배인 21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전환사채(CB) 손실 위험에 발목이 잡혔다. 총 5회에 걸쳐 발행한 173억원 규모의 CB가 파생상품부채로 인식되면서다.
금감원은 자본잠식 상태인 신약 개발사들은 더욱 엄격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대사질환 치료 신약을 개발 중인 노브메타파마는 증권신고서의 핵심투자위험 부분을 대거 보완했다. 경영 안정성 위험과 부채비율, 3개년 손익 추정치, 채무상환내역 등이 추가됐다. 임상시험 성공률과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별 기술수출 계획도 상세히 기재했다. 패혈증 진단키트 개발사인 퀀타매트릭스도 두 차례 신고서를 정정하는 바람에 청약일이 이달 21~22일에서 25~28일로 연기됐다. 최대주주의 지분율 변경 내역부터 신주발행무효소송 등 경영권 위험과 관련된 내용이 추가됐다. 이들 회사는 이달 상장이 힘들어졌다.
IB업계는 공모주 투자 열풍으로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바이오 기업에 대한 심사 기준을 높인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의 경우 한국거래소 예비심사를 통과했음에도 두세 차례 보완 요구가 잇따르는 것은 흔치 않다.
IB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매출 추정 근거뿐 아니라 자금 조달부터 개발, 기술수출 등 단계별로 실패 가능성과 위험을 증권신고서에 상세히 기재하지 않으면 상장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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