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의 대나무는 사진이지만 먹으로 그린 추상화 같은 느낌을 준다. 대나무의 푸른색과 댓잎의 풍성함을 포기하고 선과 면으로 이뤄진 담백한 흑백의 풍경을 담아서 그렇다. 김씨의 작품은 또한 한국인의 정서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이라는 서양의 매체를 이용했지만 작가의 시각은 한국의 전통을 따라가고 있다. 고요한 대나무숲엔 관람자의 시선을 한곳으로 모으는 ‘중심’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원근법을 강조해 특정 부분을 부각시키지도 않았다. 멀찍이 떨어져 무심히 바라보는 한국화의 시점을 그대로 닮았다. 피사체의 가장 화려한 부분을 드러내기보다는,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순간을 담은 작가의 대나무숲엔 한국인의 심성이 녹아들어 있다. (한미사진미술관 9월 12일~12월 12일)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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