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바이오헬스 유니콘을 키우려면

입력 2020-09-09 17:56   수정 2020-09-10 00:05

지난해 정부는 바이오헬스를 미래형 자동차, 시스템 반도체와 함께 3대 주력산업으로 선정하고,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을 통해 2030년 세계시장 점유율 6%, 수출 500억달러를 달성하고 일자리 30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연구개발→사업화→시장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적이고 효율적인 바이오헬스산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생태계 구성원 사이의 개방형 혁신이 활성화돼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도전적 혁신기술을 무기로 하는 바이오헬스 벤처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 7월 한국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전체 기업 중 스타트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19%에서 2018년 11.7%로 떨어졌다. 제2 벤처붐에 대한 정부의 노력과 기대에도 불구하고 산업 생태계 혁신을 이끌 만큼 벤처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충분하지 않고, 벤처 정신 구현을 위한 규제 완화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오헬스 분야의 과학기술자들이 주로 대학·연구소·병원 등에 머무르며 활동할 뿐 창업과 기술사업화에 나서기 어렵게 하는 것도 주요 요인이다. 이들이 실패의 두려움을 떨쳐내고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벤처 환경과 창업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국내 대학과 연구기관은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해 각 기관의 연구개발 성과와 보유 기술을 활용한 창업 및 기술사업화를 촉진하고 그 성과를 공유하고 있다. 2007년 벤처기업법과 산학협력법을 통해 도입된 이후 대학, 정부출연연구기관 등 공공연구기관이 설립한 기술지주회사는 전국에 75개에 이른다. 이들의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전국 70개 대학기술지주회사는 각 자회사에 현금과 현물을 합해 총 96억3200만원을 투자하고 165억5500만원을 회수, 2008년 대학기술지주회사 설립 이래 처음으로 연 단위 투자회수금이 투자금을 앞질렀다. 기술지주회사가 설립한 자회사의 가치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병원은 바이오헬스 제품과 서비스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기 위한 중개임상연구의 중심지다. 연구개발 인력, 시설, 장비, 보건의료 데이터 등 우수한 연구개발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임상적 아이디어도 풍부하다. 의사와 의과학 연구자들의 창업 의지와 기업가 정신도 고조되고 있다. 병원이 적극적인 기술사업화를 통해 바이오헬스산업 생태계의 주요 플레이어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대학이나 연구기관과 달리 국내 병원의 기술사업화에는 어려움이 있다. 병원의 기술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하고 있지 않거나, 소속 대학의 기술지주회사를 통한 수익을 병원에 재투자할 수 있는 길을 막아 놓았기 때문이다. 병원은 교수와 연구자의 개인 창업을 지원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속성과 연계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병원의 의료기술지주회사와 자회사 설립을 허용해 병원의 연구개발 성과, 의료기술과 아이디어, 연구개발 인프라를 활용한 기술사업화를 촉진해야 한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을 의료 기술과 서비스의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과 교육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파트너스이노베이션펀드, 메이요클리닉벤처스 등 해외 병원 사례와 같이 국내 병원도 벤처펀드를 조성해 임상현장 적용 기술 등 병원 수요 기술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병원과의 협업이 필수적인 바이오헬스 스타트업에 전문 지식과 경험, 시설, 장비, 의료 데이터 등 연구개발 인프라, 의료 네트워크 등을 제공해 기존 벤처캐피털이 할 수 없는 전문성 기반의 차별화된 지원을 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헬스 기술을 갖고 있지만 바이오헬스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은 1개에 불과하다. 국내 병원의 의료기술지주회사 설립과 벤처펀드 조성·운용을 허용해 10년 내 한국 바이오헬스 유니콘기업 10개를 키워내는 데 병원이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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