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부활한 주택 사전청약제도를 보며 ‘캐비닛 대책’이 떠올랐다면 비약일까. 문재인 정부가 제대로 된 공급확대책을 빼놓고 집값 안정을 위한 가용수단을 다 동원한 것처럼 보였으나 ‘사전청약제’가 아직 캐비닛에 남아 있었다. 정부는 내년부터 2년간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사전청약 방식으로 6만 가구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경기 과천, 서울 용산 철도정비창 등이 포함됐고, 전용 60~85㎡의 중소형 아파트 비율을 높인다고 해 실수요자의 관심을 모은다.
사전청약은 이명박 정부 때 ‘사전예약’이란 이름으로 처음 시행됐다. 집값이 2008년에도 잡히지 않자, 수도권 그린벨트를 풀어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며 사전예약 방식을 도입했다. 청약을 1~2년 앞당겨 무주택자들의 내집마련 불안감을 줄여주고, 주택수요는 그만큼 뒤로 미뤄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목적이었다. 마침 2009년과 2010년 연이어 주택가격 상승률이 1.5%로 안정되자 사전예약은 2011년 폐지됐다.
파괴력 있는 부동산 대책은 적지 않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양도세·종합부동산세·취득세 등 부동산 세금폭탄, 분양권 전매제한, DTI·LTV 등 대출 규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연한 규제…. 조이면 규제책이 되고, 반대로 풀면 완화책이 된다. 하지만 10년, 20년이 지나도 ‘그 나물에 그 밥’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선의 안정책인 공급확대책을 포함해 시장친화적인 대책을 세울 때도 됐다. 먼지 쌓인 정책자료를 다시 털어보는 느낌은 유쾌하지 않다. 더구나 문 정부는 건설사 부도에 따른 소비자(청약당첨자) 피해 예방, 부실공사 방지를 이유로 ‘후(後)분양’을 유도해오던 차였다. 캐비닛 정책도 일관성을 잃어선 안 된다. 단순 재활용이 아니라 업그레이드하려는 노력이라도 보여야 하지 않겠나.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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