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금호아시아나그룹, 금호터미널 매각할까..가치산정 작업 시작

입력 2020-09-09 16:27   수정 2020-09-09 16:29

≪이 기사는 09월08일(06:0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HDC현대산업개발에 아시아나항공을 팔기가 어려워지자 금호터미널의 매각 혹은 개발을 통해 자금을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최근 지주회사 금호고속(옛 금호홀딩스)이 거느리고 있는 광주종합터미널(유스퀘어)을 매각 혹은 개발하기 위해 해당 사업부의 가치 산정을 맡아줄 컨설팅 회사 선정작업을 시작했다.

◆즉시 매각 혹은 개발 후 매각 등 검토

유스퀘어는 옛 금호터미널이다. 광주에서 고속버스 회사로 처음 출발한 금호그룹은 2006년 금호산업의 여각자동차터미널 사업부문을 분할해 금호터미널을 만들었다. 광주 서구 광천동의 복합문화공간인 유스퀘어를 중심으로 전남 목포 등 여러 지역의 버스터미널 임대와 관리를 하고 있다. 이번 가치평가 대상에 광주 유스퀘어만 포함되어 있는지, 다른 지역 버스터미널도 함께 포함되어 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금호터미널의 소유권은 그간 금호아시아나 그룹 내에서 이리저리 옮겨 다녔으나, 외부에 매각 등이 검토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물로 나온다면 관심을 보일 곳은 적지 않다. 사모펀드(PEF)들 중 상당수가 눈독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 지역 요충지의 대규모 부동산 자산인 만큼, 건설사들도 다수 관심을 보일 전망이다. 현재 광주 유스퀘어 중 일부인 백화점의 임차인인 광주신세계가 직접 인수를 추진할 수도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내심 즉시 매각보다는 개발해서 운영하거나 매각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 건설사 금호산업도 있는 만큼, 개발이익을 외부에 빼앗기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다. 이와 관련해 금호산업은 부동산 컨설팅회사 CBRE와 존스랑라살르(JLL) 등에 이 부지를 주상복합으로 개발하면 어떻겠느냐는 문의도 함께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이냐 개발이냐 여부는 채권단의 의중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임차인 신세계, 어떻게 반응할까

신세계그룹 계열 광주신세계(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지분율 52.1%)는 2013년 보증금 5270억원을 내고 2033년 6월까지 20년 임차권을 확보했다. 종전 보증금 270억원에 매출의 연 1.6%를 임차료로 지불하던 계약을 일종의 '전세'처럼 바꿨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백화점 등 쇼핑몰 운영권을 원하는 신세계를 끌어들여 터미널 자산을 유동화한 측면이 있었다. 앞서 인천에서 한 차례 롯데그룹과 '백화점 대첩'을 벌여 한 차례 패하고 졸지에 '적군의 부지'에 세들어 사는 형국이 되었던 신세계는 광주 부지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5000억원 보증금 증액에 동의했다. 이후 7년 가량 양측의 공생관계가 유지돼 왔지만, 만약 경쟁사 등이 인수전에 참여한다면 인천의 아픈 경험을 갖고 있는 신세계그룹에서 크게 반발할 수도 있다.

매각이나 개발 과정에서 광주시와 시민단체 등에서 어떤 의견을 내느냐도 관건이다. 앞서 시민단체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터미널을 개발하려 할 때마다 이 터미널이 온전히 사유지가 아니라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공간이라고 주장해 왔다. 자칫하면 '광주판 송현동(대한항공이 보유한 서울 부지)'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그룹의 오랜 현금조달 창구

시장에서는 금호고속이 한꺼번에 매각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일부 사모펀드(PEF)이 금호고속이 보유한 전체 터미널 개발 등을 바라고 금호 측과 접촉을 시도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고속은 현재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들이 지분 72.17%를 보유하고 있다. 금호고속의 작년 매출(별도 기준)은 4339억원이었으며 영업이익은 266억원이었으나 이자비용, 아시아나항공으로 인한 지분법손실 등을 반영한 후에는 당기순손실 792억원을 기록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그룹이 어려울 때마다 금호터미널을 현금조달의 수단으로 이용해 왔다. 2006년 터미널 사업부를 금호산업에서 분할해서 2009년 2190억원에 대한통운에 넘겼다. 이후 대한통운이 CJ그룹이 대한통운을 사가기로 하자 2011년 아시아나항공에 2555억원에 아시아나항공으로 넘어왔다. 2016년 8월 2700억원 가치에 금호홀딩스에 합병됐다. 그룹 재건을 위해 만들어진 지주회사 금호홀딩스에 자금을 지원하려는 목적이었다. 금호홀딩스는 2017년 11월 종속기업이던 금호고속 등을 합병하고 이름도 금호고속으로 바꿨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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