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밀 문제가 심각한 그리스 최대 규모의 난민수용시설이 대형 화재로 전소돼 1만명 이상의 난민이 갈 곳을 잃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그리스 레스보스섬에 있는 모리아 난민캠프에서 큰불이 발생하면서 체류하던 수많은 난민이 긴급 대피했다. 불은 최대 시속 70㎞까지 불어닥친 강풍을 타고 빠르게 번졌다.
갑작스러운 화재 발생에 현장은 아비규환이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일부 난민은 갓난아이를 안고 불을 피해 밖으로 내달렸고, 급히 끌어모은 생필품을 자루에 담아 유모차로 실어나르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화재로 캠프 내 시설 대부분이 불에 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현재까지 연기를 들이마신 사람들 외에 다치거나 숨진 사람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모리아캠프는 그리스 내에서 가장 체류자가 많은 난민 시설이다. 최대 정원이 2757명이지만 현재는 4배가 넘는 1만260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당국은 방화에 무게를 두고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그리스 정부가 모리스 캠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35명이 발생했다고 발표한 뒤 격리될 예정이던 난민들이 소요를 일으켰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화재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화재로 거처를 잃은 수많은 난민을 어디에 수용할지가 난제로 떠올랐다.
당국은 이재민이 된 난민 약 2000명을 페리와 2대의 해군 함정에 나눠 임시 수용하는 한편 보호자가 없는 어린이와 10대 청소년은 유럽연합(EU)의 지원 아래 본토로 이송할 계획이다. 하지만 나머지 피해 난민들의 임시 거처는 아직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정부는 레스보스섬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질서 유지를 위해 전투경찰을 추가 파견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모리스캠프가 현재 상태를 지속할 수는 없다"면서 "이번 사태는 공중보건은 물론 국가안보와도 결부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독일 정부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오갈데 없는 난민을 할당해 데려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EU 집행위원회와 회원국들이 그리스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가능한 한 빨리 결정해야 한다"며 "여기에는 난민을 나눠 데려가는 방안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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