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일본 소니, 대만 TSMC 등 한국과 일본, 대만의 반도체 및 센서 제조기업들이 미국의 화웨이 제재강화로 2조8000억엔(약 31조원) 규모의 거래처를 잃게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영국 시장조사회사 옴디아는 한국과 일본, 대만 기업들이 화웨이에 공급해 온 부품 규모가 2조8000억엔이라고 추산했다. 화웨이 제재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나라는 일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기업들은 화웨이의 스마트폰과 기지국 설비 등에 들어가는 부품의 30%를 공급해 왔다.
특히 소니는 연간 수천억엔 규모의 스마트폰용 화면센서를 화웨이에 공급하고 있어 화웨이와의 거래가 주수익원이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에 센서 수출허가를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기업의 화웨이 수출을 허가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신문은 국제무역법 전문가를 인용해 "특수한 사정이 없는 한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대만의 피해도 크다.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TSMC는 연간 6000억엔어치의 부품을 화웨이에 납품해왔다. 대만 반도체설계개발 회사인 미디어텍도 화웨이와 거래규모가 500억엔을 넘는다. 미디어텍은 이미 미국 정부에 수출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화웨이에 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거래가 끊기게 됐다. SK하이닉스의 매출에서 화웨이와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11.4%에 달한다. SK하이닉스도 미국 상무부에 수출허가 신청을 검토 중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삼성전자의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3.2%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가 공동 인수한 일본 메모리반도체 업체 기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도 화웨이 제재로 피해를 보게 됐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17일 화웨이에 대한 추가 제재안을 오는 15일부터 실시한다고 밝혔다. 제3국 반도체 업체라도 미국의 소프트웨어와 기술·장비를 사용했다면 화웨이에 납품하기 전에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반도체는 원천 기술을 가진 미국의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게 됐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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