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 유통가에서 ‘구독경제’에 주목하고 있다. 구독 방식으로 매장 정기 방문을 이끌어낼 수 있어 코로나19 시대 오프라인 매장 모객에 적극 활용하고 나섰다. 한편으로는 기존 고객에게 정기 배달을 하는 방식으로 수요 다변화에 나서며 유통기업들이 멀어져가는 손님 잡기에 필사적으로 나섰다.
빵·커피 할인 구독 서비스 봇물…"꾸준히만 와주세요"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빵과 커피 등 정기 구매하는 빈도가 높은 먹거리 구독 서비스로 멀어진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고 나섰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던킨은 커피 구독 서비스 ‘매거진 D(Magazine D)’를 일부 가맹점까지 운영매장을 확대해 9월 정식으로 선보였다.
매거진 D는 30일 동안 아메리카노를 매일 한잔씩 마실 수 있는 정기구독 서비스다. 6월 첫 출시 당시 9900원의 가격에 10곳의 매장에서만 시범운영한 후 점차 적용매장수를 늘린 끝에 9월 2만9700원에 서비스를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적용 매장 수를 가맹점까지 포함해 600곳으로 늘렸다.
던킨 핫 아메리카노 한잔이 3000원이란 점을 고려하면 인상된 현재 가격도 10잔만 마셔도 이득인 셈이다. 이는 정상가보다 약 70% 저렴한 수준이라고 던킨은 설명했다.
CJ푸드빌의 베이커리 '뚜레쥬르'도 커피 구독 서비스를 가맹점 200여 곳으로 확대 운영하기 시작했다.
월 1만9900원을 내면 아메리카노를 30일간 하루에 1잔 제공하는 방식이다. 매일 마신다면 정가 대비 80% 이상 할인된 하루 700원으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셈이다.
CJ푸드빌은 이에 앞서 지난 7월 반복 구매율이 높은 프리미엄 식빵, 모닝세트, 커피 3종을 선정해 뚜레쥬르 직영점 9곳에서 시범 운영한 결과, 해당 제품군의 매출이 30% 이상 급증했다고 전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구독 제품 수령을 위해 매장 방문 시 추가로 제품을 구매하는 부가 매출 역시 증가했다"며 "커피 구독 서비스를 9월 1일부터 가맹점에서 운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백화점 업계에선 신세계백화점이 지난달 매월 일정 금액을 내면 매일 해당 브랜드의 빵을 구입할 수 있는 '빵 구독 서비스'를 전국 주요 점포로 확대했다. 정액권을 결제한 후 해당 브랜드의 인기 제품 중 1개를 직접 방문해 매일 가져갈 수 있는 방식이다. 커피 구독 서비스도 시작했다. 본점과 강남점, 센텀시티점, 대구점에 있는 '베키아에누보'는 두 달 동안 매일 아메리카노 혹은 라떼 1잔을 가져갈 수 있는 구독권을 만들었다. 정가 대비 50% 저렴한 수준이란 설명이다.
이마트의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도 커피 구독 서비스를 선보여 효과를 톡톡히 봤다.
트레이더스는 올 3월 푸드코트인 'T카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커피 월 구독권'을 선보인 데 이어 6월 피자까지 월 구독권을 확대했다. 이는 3월 선보인 커피구독권이 두달 간 4000개 이상 판매됐고, 꾸준히 방문하는 '고객 락인(Lock-in)' 효과가 나타난 결과다.
커피구독권은 주요 트레이더스 매장에서 매일 아메리카노 1잔과 교환할 수 있는 조건으로 아메리카노 교환권 31장과 ‘커피+스콘세트 교환권’ 2장이 들어있다. 삼성카드로 결제시 4980원, 그 외 결제 수단으로 결제하면 7980원이다. 아메리카노 1잔 1000원, 커피·스콘 세트 2000이란 정가를 고려하면 삼성카드로 결제 시 최대 85% 저렴하다.
이마트가 3~4월 커피구독권 구매고객 방문을 분석한 결과, 한 달 중 평균 12일을 트레이더스에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2.5일에 한번씩 트레이더스에서 쇼핑을 한 셈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트레이더스는 창고형 할인점 업태 특성상 고객이 1회 쇼핑시 대량 구매를 하기 때문에 월평균 2회 가량 방문하는데, 커피구독권을 구매한 고객은 평균 12일을 트레이더스에 방문했다"며 "월평균 6배 가량 더 많이 트레이더스에 방문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구독서비스로 비대면 수요 공략 나선 유통가
비대면 트렌드가 갈수록 확산하는 만큼 구독 서비스로 관련 수요 공략에 나선 움직임도 많다.
롯데쇼핑의 통합 온라인쇼핑몰 '롯데ON(롯데온)'은 롯데백화점 베이커리 브랜드 '여섯시오븐' 제품의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딸기 식빵, 무화과 오랑주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인기를 끈 제품 중심으로 매주 한 번씩 집에서 받아볼 수 있다. 상품 구성에 따라 한 달 가격은 8만원, 11만원, 14만5000원으로 나뉜다. 개별 구매 시보다 10% 할인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추석을 앞두고 선물세트에도 구독 방식이 등장했다. 백화점들은 꽃과 과일 등을 일정 기간에 걸쳐 나눠 받을 수 있는 구독권을 참신한 선물로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은 추석 선물세트 본 판매 기간(9월 14일~29일) 과일과 꽃 구독권을 추석 선물로 한정 판매한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제철 과일 3~5종을 한 달간 매주 집 앞에 배송해주는 과일 정기 구독권도 추석 선물로 내놨다. 또한 꽃 브랜드 '제인패커' 매장에서 선착순 100명에게 꽃 정기 배송 서비스를 접수받는다. 수도권 배송지에 대해 10월부터 12월까지 공기정화 관엽식물, 생화, 난식물 중 하나를 매달 받아볼 수 있는 명절 선물이다.
롯데백화점도 추석을 맞아 선물을 일정 횟수에 걸쳐 나눠 받을 수 있는 '선물세트 정기 구독권'을 내놨다. 구독권은 한우세트 2종과 청과세트 1종으로 구성돼 있다. 구독권을 선물 받은 사람은 인근 롯데백화점에서 정육은 4회, 청과는 2회로 나눠 받을 수 있다.
구독경제는 빠르게 바뀌는 소비 패턴에 적합한데다 코로나19 사태와 발맞춰 추가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대면 소비의 대표격이던 공유경제는 주춤한 반면, 언택트 소비 증가로 구독경제가 대세로 자리매김했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소비자에게는 편의성과 폭넓은 선택권, 비용절감이라는 혜택을 줄 수 있고, 사업자 입장에서는 일회성 판매에서 그치지 않고 고객을 구독자로 전환해 안정적인 수익확보가 가능하다"며 "구독 경제 수요와 공급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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