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짜맞추기식 구성"…JP모간 '매도 보고서' 반박

입력 2020-09-10 14:16   수정 2020-09-10 14:55


셀트리온이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간이 발행한 기업분석 보고서의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JP모간은 지난 9일 보고서를 통해 셀트리온의 향후 성장성이 제한된다며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 목표주가도 현행 주가보다 40% 가량 낮은 19만원으로 제시했다. 증권가에서는 이 보고서가 셀트리온의 9일 주가하락(-6.13%)에 영향을 끼친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셀트리온은 입장문을 내고 "JP모간의 보고서는 경쟁사 대비 부정적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짜 맞추기식으로 구성됐다"며 "자체 실적추정치를 기반으로 경쟁사(삼성바이오로직스)에는 158배의 주가수익비율(PER)을, 셀트리온에는 76배의 PER을 부여했음에도 삼성바이오에 대해서는 중립을 내고 셀트리온 및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해 비중축소를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셀트리온은 이날 오후2시께에 바이오업종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긴급 간담회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의 핵심에는 JP모간 측이 활용한 가치평가 방법론이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분석하는 기업의 적정가치 및 주가를 산출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모델링 기법을 활용한다. 이번 보고서는 현금흐름할인법(DCF방법)을 활용했다. DCF방법은 향후 몇 년 동안 기업이 거둘 현금흐름을 추정한 뒤, 그 이후의 기간(영구가치)에는 일정한 성장율을 가정한다. JP모간은 2030년까지의 현금흐름을 직접 추정한 뒤, 이후에는 4%의 영구성장율을 부여했다. 2030년 이후에는 셀트리온의 현금흐름이 연평균 4%씩 증가할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셀트리온은 JP모간이 보고서에서 이렇다할 설명 없이 4%의 성장율을 가정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JP모간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는 6%의 성장율을 가정했을 뿐 아니라, 같은 보고서 안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에는 6%를 부여했다”며 “DCF방법에서는 직접 추정한 기간(JP모간 보고서의 경우 2030년까지)의 가치보다 영구가치의 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에, 단 2%p의 차이에도 기업의 가치는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 측이 JP모간과 동일한 추정치를 활용하되, 6%의 성장률을 부여해 산출한 적정주가는 약 40만원대다. JP모간이 제시한 목표주가(19만원)는 물론, 현재주가보다 높은 가격이 산출돼 매도의견을 제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셀트리온에 DCF방법을 적용한 일부 증권사의 사례를 참고해도, 4%대의 성장률을 가정한 곳은 찾기 어렵다. 흥국증권은 지난 12일 보고서를 통해 셀트리온에 5.8%의 영구성장율과 40만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일 기준으로 증권사들의 셀트리온 목표주가 컨센서스(추정치 평균)은 37만1769원이다.

한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DCF방법은 일반적으로 증권가에서 활용되는 분석 방법 가운데 영구성장율이나 할인율 등 연구원이 변수를 설정해야 하는 비중이 높아 굉장히 조심스럽게 활용해야하는 분석법”이라며 “일반적으로 바이오처럼 당장의 현금흐름보다 시장 기대나 평가수준이 중요한 기업에서는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를 산출한 이후 시장의 기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을 반영한 타겟PER(주가수익비율) 혹은 타겟PBR(주가순자산비율)을 곱하는 방법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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