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인사혁신처 산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국가인재원)은 지난해 공무원을 대상으로 강의한 총 800여 명의 강사 가운데 ‘2019년 최고 명강사’ 3명을 선정하고 ‘국가인재원 명예의 전당’에 헌액했다. 교육생 및 교육 과정 운영자들의 추천과 3단계에 달하는 심사에 이어 선정위원회까지 거친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서였다.
박종필 고용노동부 대변인(사진)은 김성희 KAIST 명예교수,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와 함께 현직 공무원으로선 유일하게 최고 명강사 명단에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됐다. 그는 지난해 ‘정책보고서 잘 쓰는 법’이란 강의를 해 후배 공무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국가인재원 관계자는 “명예의 전당을 운영하기 시작한 2012년 후 일반직 기준으로 현직 공무원이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10일 수상 소감을 묻자 “세종시로 정부청사가 이전한 뒤 어느 부처나 공무원들이 서울과 세종을 오가느라 멘토링 기능이 약해져 있다”며 “공직사회의 멘토링 활성화에 미력이나마 도움이 돼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강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조직에 누가 되지 않을까 염려돼 연차휴가를 내서 강의에 다녀오곤 했다”고 덧붙였다.
“가끔씩 자리를 비우는 것이 본업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라는 걱정이지만 박 대변인은 사무관 때부터 본부 기획관리실 근무를 시작으로 이후 인사계장, 기획예산처 파견, 본부 기획조정실 기획재정담당관, 운영지원과장, 청년고용정책관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조직에서 인정받는 핵심 인력이 밟는 전형적인 코스”라는 게 고용부 직원들의 귀띔이다.
박 대변인은 1995년 행정고시 38회로 공직에 입문해 25년간 고용노동정책만 담당해왔다. 그는 어떻게 ‘강의의 달인’이 됐을까. 박 대변인은 “공직 생활 초창기부터 보고서 작성이 많은 기획관리실과 총무과 등에서 일한 경험이 바탕이 된 것 같다”며 “사실 강의라고 할 것도 없고, 단지 선배 공무원으로서 경험과 약간의 노하우를 전해준 것일 뿐”이라고 했다.
‘별것 아니다’는 설명과 달리 박 대변인은 ‘베스트셀러’ 작가다. 2015년 그가 쓴 책 《고수의 보고법》은 초판만 16쇄를 찍었고 지난달 말에는 개정증보판까지 나왔다. 누적 판매량은 3만2000권이 넘는다. 지난해에는 《고수의 역량평가 대처법》이라는 책도 출간했다. 한 공무원은 “행정고시 준비생은 물론 새내기 공무원들의 필독서로 꼽힌다”고 전했다.
박 대변인은 거듭 “쑥스럽다”며 고용노동 정책 주무부처 대변인으로서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고용시장 어려움이 장기화되고 있다”며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보고 체계를 만드는 것은 물론 코로나19와 관련된 정부 정책을 국민들에게 신속하고 정확히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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