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자국 복귀 유도)을 골자로 한 조세 공약을 9일(현지시간) 내놨다. 쇠락한 공업지대를 뜻하는 러스트 벨트 중 한 곳이자 대표적인 경합주인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를 방문한 자리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유턴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를 공언하고 있어 11월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캠프가 이날 공개한 ‘메이드 인 아메리카’ 조세 정책은 미국 내 일자리를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채찍과 당근을 통해서다. 우선 미 기업이 해외 시설에서 생산한 제품 및 서비스를 미국으로 되가져와 판매할 경우 10%의 징벌적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 현재 21%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8%로 올리기로 했다는 점에서, 바이든 집권 후 최고세율이 30.8%(28%+2.8%)로 높아질 전망이다.
미 기업이 해외에서 거둔 수익에 대해 부과해온 최저 세율을 지금(10.5%)의 두 배인 21%로 인상하기로 했다. 다른 국가에 낸 세금이 없을 경우에 한해서다. 동시에 조세피난처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신 과거 폐쇄했거나 폐쇄 예정인 생산시설을 미국 내에서 되살리는 기업엔 10%의 세액 공제를 제공하기로 했다. 해외 일자리를 미국으로 재이전하는 기업을 포함해서다. 고용 확대 차원에서 생산시설을 개조 또는 확대해도 마찬가지다. 제조업 직원 급여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보다 높여도 관련 지출액의 10%만큼 세금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의료 등 공공인프라 프로젝트에 미국산 제품을 우선 사용하도록 하는 ‘바이 아메리칸 규칙’을 즉각 도입하기로 했다. 해외 생산품을 미국산으로 속여 판 기업에는 처벌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백악관 내 ‘메이드 인 아메리카’ 부서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앞서 바이든은 지난달 “집권 기간에 중산층 제조업 일자리를 500만 개 만들겠다”는 경제 공약을 발표했다. 향후 4년간 미국산 제품 구매에 4000억달러, 신기술 개발에 3000억달러를 각각 투자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바이든의 이런 정책 구상은 러스트 벨트 내 근로자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평가다.
트럼프도 10일 미시간주를 찾아 맞불을 놓는다. 그는 이곳에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다시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테리 보우먼 공화당 미시간주 공동대표는 “바이든이 리쇼어링 등 우리 정책을 따라했다”고 꼬집었다.
바이든과 트럼프 간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긴 했지만 미국 주류 언론은 대체로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TV 광고전에서도 바이든이 앞서고 있다. 미 정치전문 매체인 더힐은 지난달 바이든 캠프의 TV 광고 지출이 트럼프 대비 두 배 많았다고 전했다. 선거 자금이 한 달간 트럼프 대비 1억5000만달러 많이 모인 결과라는 설명이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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