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없이 요리하는 시대…삼성, 인덕션에 '불꽃 승부'

입력 2020-09-10 17:51   수정 2020-09-11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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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 삼성전자에 ‘콤보’라는 가전이 있었다. DVD플레이어와 비디오플레이어를 결합한 제품이었다. 출시 5년째인 2005년 100만 개를 판매했을 만큼 소비자 반응이 뜨거웠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콤보를 성공 사례로 보지 않는다. 하이브리드 제품인 콤보에 집중하다 시장 전환기를 놓쳤다는 설명이다. 처음부터 DVD플레이어에 집중했더라면 시장을 확실하게 장악할 수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삼성전자가 인덕션(사진)에 ‘올인’하고 있다. 2018년 4종이었던 제품 수를 2년 만에 15종으로 세 배가량 늘렸다. 전기레인지 품목 중 인덕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66%로 가전업계에서 가장 크다. 삼성전자는 이 비중을 더 키워 궁극적으로 인덕션만 출시할 계획이다.

전기레인지는 ‘하이라이트’와 ‘인덕션’으로 나뉜다. 자기장을 이용해 조리기구를 가열하는 인덕션은 상판에서 열을 내는 하이라이트보다 화력이 센 대신 전용 냄비를 써야 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 가전업체가 두 타입을 혼재한 하이브리드 형태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청소하기 편하고 화력이 센 장점 덕에 조리가전 중 전기레인지 비중은 지난해 52%로 가스레인지(42%)를 앞질렀다.

삼성전자가 인덕션에 초점을 맞춘 데는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부사장)의 판단이 컸다. 그는 올초 생활가전사업부에 “인덕션이 5년 안에 기존 조리가전을 대체할 것”이라며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라”고 특명을 내렸다. 가장 열효율이 높은 인덕션을 경험해본 소비자는 다시 하이라이트를 쓰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였다. 과거 콤보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인덕션 시장 선점을 위한 주요 타깃층으로 신혼부부를 지목했다. 처음 접한 가전 브랜드의 평생 고객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살림을 새로 구입하기 때문에 인덕션 전용 식기를 구매하는 데 따른 부담도 적다. 이들 소비자를 정조준해 지난 6월 내놓은 제품이 ‘올인덕션’이다. 정유진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제품마케팅담당 상무는 “신혼부부는 가전 디자인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다”며 “인테리어와 어우러지도록 다른 회사에 없는 흰색 인덕션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인덕션 올인’ 전략에 대한 시장 평가는 긍정적이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 인덕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로 뛰었다. 회사 측은 기세를 몰아 인덕션 구색을 더 늘릴 방침이다. 이미 신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정 상무는 “내년부터 전기레인지 중 인덕션 비중은 60%를 넘어설 것으로 본다”며 “소비자층을 더 넓혀 인덕션을 ‘국민 가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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