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차이나머니가 그리 좋더냐…'보이콧 뮬란' 일파만파

입력 2020-09-12 08:35   수정 2020-10-08 00:32


디즈니 영화 '뮬란'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 영화는 1998년 개봉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제작비 2억 달러(2357억 원)가 투입됐다. 감독에는 뉴질랜드 출신의 여성 감독 니키 카로가 메가폰을 잡았고, 중화권 여신으로 추앙 받는 배우 유역비가 뮬란을 맡고 유명배우 견자단, 이연걸, 공리 등이 출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수 차례 개봉이 연기됐던 '뮬란'은 지난 4일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미국에 처음 공개됐다. 오는 17일 한국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이 영화는 수많은 논란 속에 비난 받고 있는 상황이다.
논란1. 왜 '뮬란'에만 29.99달러 지불해야 하죠?



'뮬란'은 지난 3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펜데믹'으로 개봉을 연기했다. 결국 미국, 서유럽에서는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자사 OTT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지난 4일 공개했다. 중국, 한국 등 디즈니 플러스를 이용할 수 없는 국가에선 극장 개봉한다.

디즈니 플러스의 가입자도 '뮬란'을 무료 시청하진 않는다. '뮬란'을 시청하기 위해서는 29.99달러를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3개월 뒤인 12월 4일부터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는 것이 디즈니의 설명이다. 이처럼 '뮬란'에만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것에 대해 디즈니 플러스 사용자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현지에서 담론이 펼쳐지기도 했다.
논란2. 홍콩 경찰 지지한 유역비…중국에 '충성' 견자단


논란의 시초는 유역비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 당시 유역비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이때부터 '#BoycottMulan'(보이콧뮬란)이라는 해시태그가 사용됐다.

유역비는 홍콩 민주화 운동이 거세던 지난해 8월 자신의 SNS에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홍콩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당시 시위 참여한 시민들이 경찰이 쏜 빈백건에 맞아 위험한 상황인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이같은 발언해 보이콧 운동의 불을 지폈다.

유역비는 지난 2월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전문가가 아니며 명백히 매우 복잡한 상황"이라고 발뺌했다.

대만과 태국 등에서는 ‘밀크티 동맹(#MilkTeaAlliance)’을 해시태그를 사용해 ‘뮬란’ 보이콧 운동이 시작됐다. 홍콩 민주화운동을 주도한 조슈아 웡은 "디즈니가 베이징에 굽실거리고 유역비는 공공연히 홍콩 만행을 지지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텅 장군 역을 연기한 견자단 역시 "영국의 식민지 지배 종식, 중국 반환 23주년 기념"이라는 글을 올려 중국을 향한 변함없는 충성심을 드러내 영화에 대한 악영향을 끼쳤다.

또 뮬란 아버지 역을 맡은 배우 티지 마에 대한 지적도 있다. 유튜브 등 SNS에서는 원작의 이미지와 영화 속 티지 마의 싱크로율이 떨어진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와 함께 디즈니가 중국의 눈치를 보기 위해 영웅 '뮬란'의 아버지 역에 시진핑 주석을 닮은 이 배우를 캐스팅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논란 3. "중국 현금에 중독된 디즈니"…위구르 인권탄압 정당화 논란


'뮬란'이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되자 '쉴드'가 불가능한 논란이 터졌다. 중국 정부의 위구르인 인권 탄압을 정당화했다는 것이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디즈니는 위구르족 인권 탄압이 자행된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촬영을 진행했고 “투루판 공안국에 감사를 표한다”면서 중국 당국에 감사 인사를 전하는 노골적인 엔딩 크레딧으로 질타를 받고 있다.

신장위구르자치구는 중국 정부가 '재교육 수용소'를 운영하며 위구르족을 강제로 구금하고 인권을 탄압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다.

뉴욕타임즈는 "영화 '뮬란'은 민족주의와 맹목적 애국주의를 조장하는 중국 공산당 정책에 대한 분노를 끌어당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기고문을 통해 "(중국의) 반인륜적 범죄를 정당화 하는 것을 돕고있다"고 디즈니를 강하게 질타했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선임연구원 아이작 스톤 피시는 "'뮬란'이 디즈니에서 가장 문제가 많은 영화"라고 꼽으며 "촬영을 위해 디즈니가 부끄러운 타협을 했다"고 꼬집었다.

톰 코튼 상원위원은 트위터에 "디즈니가 중국의 현금에 중독됐다"며 "중국 공산당 기분을 맞추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일각에선 디즈니가 세계 제 2의 영화 시장인 중국에서 현지 민화를 그린 '뮬란'으로 흥행하기 위해 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뮬란'은 제작비만 2376억원이 투입돼 중국시장 흥행에서 실패하면 타격이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인권운동가는 이에 대해 "디즈니의 위선"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중국 정부는 언론에 '뮬란 함구령'을 내렸다는 보도도 나왔다. 로이터는 중국이 현지 주요 언론사에 '뮬란' 보도 금지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관계자들은 신장위구르자치구와 관련한 해외의 비판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뮬란'은 지난 11일 중국에서 개봉됐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즈는 '뮬란'에 대한 비판에 "미국 대중이 중국에 대해 가진 극단적 관념의 또 다른 발현"이라고 비판했다.

크리스틴 맥카시 월트디즈니 최고재무책임자는 연일 제기된 논란과 관련해 "영화 제작을 허락한 국가 또는 지방정부에 인사를 하는 것은 관행"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흥행 예측가는 아니지만 이번 사태는 매스컴의 관심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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