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특혜 휴가’ 의혹을 받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공직자가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에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공직자뿐 아니라 진보 시민단체와 여당에서도 언론을 향한 줄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지나친 법적 소송이 표현의 자유를 훼손할 것이란 비판과 악의적인 언론 보도를 줄일 것이란 주장이 맞서고 있다.
2016~2018년 카투사(미8군 한국군지원단)에서 군 복무를 한 서 씨는 2017년 6월 오른쪽 무릎 수술과 치료를 받는다는 이유로 23일 간 휴가를 다녀왔다. 군대에 복귀하지 않고 1차 병가, 2차 병가, 정기 휴가 등 휴가를 세차례 연달아 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이를 두고 병가 후 부대에 복귀해야 한다는 육군 규정을 어기고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야당과 언론에서 제기됐다.
이같은 사실은 당시 한국군지원단장을 맡은 A대령과 서 씨의 휴가 당시 당직사병을 맡은 B씨의 제보를 통해 알려졌다. 여기에 추 장관 측이 서 씨를 평창 동계 올림픽의 통역병으로 선발하고, 서 씨의 자대를 경기 의정부에서 서울 용산기지로 옮겨달라는 청탁을 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에 대해 서 모씨의 변호인 측은 “컴퓨터에 의해 부대 배치가 이뤄져 청탁은 있을 수 없다”며 고발장을 제출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정의연 전 이사장)의 남편이자 수원시민신문 대표인 김삼석 씨도 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유튜브 채널 운영자와 언론사 기자 25명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한다고 밝혔다.
피고인은 문화일보·세계일보·뉴데일리 편집국장 등을 비롯해 유튜브 채널 '전여옥TV'의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황의원 미디어워치 대표 등이다.
김씨는 이들이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인용보도하거나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게재·방송해 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지난 8일에도 이들을 포함한 유튜버·기자·언론사 33명을 상대로 총 6억4000만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문재인 정부 들어 여권 인사가 언론 기사에 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많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가 대표적이다.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7일 '200만원대 안경을 쓰고 법원에 출두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한 기자들과 유튜버를 경찰에 고소했다.
조 전 장관과 딸 조민 씨는 지난달 31일 “조 씨가 세브란스병원 피부과에 찾아가 인턴을 하고 싶다”는 내용을 보도한 조선일보 기자와 이를 유튜브에서 언급한 강용석 변호사를 형사고소했다. 지난달 28일 조선일보는 조 씨가 신촌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과장급 교수를 직접만나 자신이 조 전 장관의 딸이고 인턴 및 전공의 과정에 지원하고 싶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지난달 2일에는 조 전 장관이 '코링크PE는 조 전 장관의 것'이라는 등의 주장을 한 김상현 국대떡볶이 대표를 형사고소했다. 조 전 장관은 자신의 SNS에 "김 대표는 자신의 글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임을 인지하고 있으면서 법을 조롱했다"며 "유명 기업 대표의 이런 무책임한 행동은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고소 취지를 밝혔다.
장철준 단국대 법과대학 교수는 지난 7월 대한변호사협회·한국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토론회'에서 "보도와 관련해 우리 법체계는 형사적·민사적 규제가 있는데 이제 형사적 규제는 접고 민사규제로 나아가야 한다”며 “국가가 명예훼손에 대해 직접 형벌을 가하는 구조는 표현의 자유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 측이 언론 뿐 아니라 공익제보자들까지 고발한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앞서 추 장관은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내부고발자를 적극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검찰 수사를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이 자신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수사로 제압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박 교수는 “명예훼손 기소권은 검찰이 갖고 있는데,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나 기소 여부가 공정하게 이뤄질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공인이라는 이유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비판까지 포용할 이유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SNS 등 뉴미디어 발달로 '가짜뉴스'가 더 빨리 확산하는 풍토에 맞춰 법적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거 없는 사실에 기반한 비난 기사에 일정 부분 법적 제제가 필요한 건 사실"이라며 "다만 언론 자유의 위축을 방지할 풍토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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