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스타항공 사태와 관련해 회사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처신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 지도부에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김 장관은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스타항공 사태와 관련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 질의에 “이스타항공의 지배구조와 인수합병(M&A)을 결정하고 난 이후의 처신 등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M&A가 무산되기 직전에 이 의원을 두 번 (장관) 사무실에서 만났다”며 “사실상 소유주인 이 의원이 책임 있는 조처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두 번에 걸쳐서 했고, (국토부) 항공실 쪽은 회사에 최고경영자 등을 통해서 수차례 이야기했다”고 했다. 이어 “현재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는 점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약자, 실업자 걱정을 한다면 이스타항공 문제부터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스타항공 직원 605명이 추석을 앞두고 엊그제 이메일로 일괄 해고 통보를 받고 거리에 나앉게 됐다”며 “직원 급여 250억원은 체불됐는데 (이 의원) 아들은 미국에서 골프 유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차원서 이스타 문제 해결해야"…민주당 지도부서도 대책 촉구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1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 국회의원이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만큼 책임있는 자세로 이 사태에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무산되면서 605명에게 정리해고가 통보됐다”며 “이스타항공은 임금 250억원을 체불 중이고 고용보험료 5억원 체납으로 고용유지지원금도 못 받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량 해고 사태에 정부·여당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스타항공 사태와 관련해 민주당 지도부 차원에서 언급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상직 의원은 이스타항공 사태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국민의힘 ‘이상직-이스타 비리 의혹 진상규명특별위원회’는 전날 이 의원을 횡령과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특위는 “2002년부터 시작된 각종 비리 행위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이 의원이 고위 공직을 전전할 수 있는 것은 권력의 강한 뒷받침이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측은 또 2014년 횡령·배임으로 유죄를 받은 형 이상일 씨와 이 의원 간 공모 여부, 이스타홀딩스의 이스타항공 주식 취득 과정에서의 횡령·배임 가능성, 이 의원 자녀의 상속세 포탈 여부 등을 수사할 것을 검찰에 촉구했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 자유대한호국단도 “지난 총선 당시 재산을 고의로 축소 신고한 것이 의심된다”며 같은 날 이 의원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 위반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
이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창업자로서 어려움에 빠진 이스타항공을 돕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1년 만에 갑자기 재산이 늘어난 것으로 보이는 것은 비상장주식 가치 산정의 근거가 되는 공직자윤리법 규정이 변경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임도원/김소현 기자 van7691@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