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두산모트롤 통상임금 소송서 근로자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

입력 2020-09-11 09:35   수정 2020-09-11 09:42



두산모트롤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대법원이 근로자 측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사측에 임금 추가지급 여력이 있는지를 따질 때 개별 사업부가 아닌 회사 전체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강모씨 등 두산모트롤 직원 106명이 회사(두산)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 취지로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두산모트롤은 두산의 여러 사업부(Business Group) 중 하나다.

강씨 등은 2012년 정기상여금과 각종 수당 등을 포함해 새로 산정한 통상임금을 기초로 미지급된 임금 차액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사측은 추가 임금지급 여력이 없어 ‘신의성실의 원칙’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송에선 사측이 미지급 임금을 지급할 경우 경영상 어려움에 처해진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회사가 10억원을 추가 지급하라”며 근로자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2009년 7월부터 2014년 8월까지의 이 사건 사업부(두산모트롤)의 영업이익은 1095억원 이상”이라며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사측이 추가로 내야 하는) 10억여원에 비해 상당히 넉넉한 금액”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사측의 ‘신의칙’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주요 사업 중 하나인 유압기기 사업의 경우 지속적인 시장 침체와 엔저 효과 등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로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데,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들을 제외한 나머지 생산직 근로자들에게도 원고들과 같은 수준의 추가 법정수당 및 퇴직금을 지급할 경우를 고려하면 금액은 더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2심은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두산이 아니라 두산모트롤이라는 점도 판결문에 적시했다. 재판부는 “두산모트롤은 별도의 노동조합이 존재하고 있어서 임금협상 및 인력 구조조정도 두산모트롤이 독자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며 “모트롤BG, 산업차량BG, 정보통신BU 등 두산 내부의 각 사업부는 사업영역이 다를 뿐 아니라 각각 별도의 조직을 갖추고 어느정도 독립적인 형태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의 이 같은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두산모트롤이 두산 내부 다른 사업부와 재무·회계 측면에서도 명백하게 독립돼 있는 등 두산모트롤을 두산과 구별되는 별도의 법인으로 취급해야 할 객관적인 사정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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