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街)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 국면에서 삼성전자가 '손해'보다는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더 크다에 '베팅'하며 잇따라 목표주가를 올려잡는 모습이다.
13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증권은 최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7만5000원에서 8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달 목표가를 7만2000원에서 7만5000원으로 올린 데 이어 또 한번의 조정이다. 목표가 상향 조정은 올 3분기 영업이익이 기존 시장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증권사 김동원 연구원은 "3분기 영업이익은 화웨이 반사이익과 시장점유율 확대 효과로 2년 만에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 달성이 예상된다"고 했다.
NH투자증권도 최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7만3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올려잡았다. 같은 이유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5G 통신장비, 스마트폰 등에서 전반적인 반사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주요 실적 기반인 메모리 수요가 3분기에 다소 줄어들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수요가 이를 상쇄할 것이라는 게 이 증권사의 분석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인한 반사 수요와 5G 기지국 투자 본격화로 인한 네트워크 사업부 실적이 긍정적"이라고 봤다.
3분기 서버 메모리 약세를 화웨이의 재고 축적이 보완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당장 오는 15일 반도체 부품 수급이 중단되는 화웨이는 그전에 약 6개월치 상당의 부품을 추가 구매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온라인 교육, 화상 회의, 원격 수업 등의 수요가 늘어나자 1~2분기 대규모 '주문'을 이미 진행한 IT업체들이 3분기 재고 조정 움직임에 돌입하면서 메모리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 그러나 이 같은 약세를 화웨이가 시장 재고를 대부분 소진시키고 있어 가격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은 다시 2년 만에 다시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예상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올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를 10조1480억원으로 제시했다. DB금융투자, KB증권, 삼성증권 등도 10조원 이상을 예상했다. 다만 국내 증권사 16곳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9조1500억원으로 10조원에 미치지는 못한다. 만약 삼성전자 올 3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는다면 2018년 4분기(10조8000억원) 이후 2년 만에 10조원대 영업이익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슈퍼 호황기로 불리는 2017년 2분기부터 2018년 4분기까지 7분기 연속 10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올 3분기 다시 10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다면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위기를 돌파하는 저력을 보여주는 셈이다.
중국에선 정반대의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계속된다면 삼성전자도 결국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1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번 제재에 대응해 미 상무부에 화웨이 수출 허가 신청을 한 상태"라며 "이는 화웨이의 이익을 위해서라기보단 두 회사가 큰 고객을 잃을 것을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만약 두 회사가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할 수 없게 된다면 시련을 겪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제재는 화웨이에 어려운 시기를 가져올 뿐 아니라 전 세계 산업 사슬에 포함된 기업에도 어려운 시기를 맞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가 망하면 삼성전자가 장기적으로 중국 시장을 완전히 잃게 될 수도 있다는 극단적 분석도 나온다. 샹리강 베이징 정보소비연대 사무총장은 "한국 기업들은 화웨이에 대한 공급을 끊는 것을 분명히 원하지 않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들을 괴롭힐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한국 기업이 화웨이에 대한 공급을 장기간 중단한다면 중국 시장을 완전히 잃을 수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탈중국' 움직임을 가져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11월 말께 중국 톈진에 있는 TV공장의 가동을 중단한다. 톈진 TV공장은 중국 내 유일한 삼성전자 TV 생산기지다. 삼성전자는 중국 이외에 베트남, 러시아, 멕시코 등에 TV공장이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8년 말 톈진 스마트폰 공장, 지난해 광둥(廣東)성 후이저우(惠州) 스마트폰 공장도 가동을 멈췄다. 지난 7월에는 마지막 PC 공장인 쑤저우(蘇州) 생산라인도 중단하는 등 제품 생산의 탈중국을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중국 생산기지로는 쑤저우 가전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 공장, 시안(西安) 반도체 공장만 남게 됐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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