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중해 천연가스 놓고 그리스·프랑스 vs 터키간 갈등 고조

입력 2020-09-13 15:55   수정 2020-12-12 00:02



동지중해 키프로스섬 일대 천연가스를 두고 인근국 그리스와 터키간 대립이 심해지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역내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각국도 갈등에 가세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간 군사 충돌이 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프랑스제 전투기 18대를 비롯해 어뢰, 미사일 등 신규 무기를 대거 들이고 군대를 증원한다고 발표했다. 그리스의 이번 무기 구입안은 20년만에 최대 규모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이날 “터키가 역내 안보를 약화시키고 있다”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무력을 보강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그리스는 터키와 동지중해 천연가스 자원 개발 이권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작년에 주변에서 대형 가스전이 잇따라 발견된 키프로스섬이 남북으로 분단돼 있는게 발단이다. 키프로스는 1960년 영국에서 독립했다. 1974년 친(親) 그리스 장교들이 그리스와 합병을 주장하며 쿠데타를 일으켜 키프로스공화국(키프로스)를 세웠고, 이에 터키군이 섬 북부를 점령해 일대를 북키프로스튀르크공화국(북키프로스)이라고 선언했다. 유럽연합(EU)와 유엔은 그리스계 키프로스만 국가로 인정한다.


키프로스는 작년 프랑스 토탈, 이탈리아 ENI 등 다국적 에너지기업과 손잡고 천연가스 탐사에 나섰다. 갈등이 프랑스와 이탈리아로도 번진 이유다. 키프로스가 자원 개발 움직임을 보이자 터키는 보호국인 북키프로스도 가스전 개발권이 있다며 시추선과 소형 함대를 투입했다. 터키의 작업해역은 키프로스·그리스가 주장하는 배타적 경제수역(EEZ)과 겹친다.

이때문에 외교·군사적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다. 그리스는 지난달 말 키프로스, 프랑스, 이탈리아와 키프로스 섬 인근에서 해·공군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해 터키를 압박했다. 터키는 지난달 말부터 지난 11일까지 동지중해에서 실사격 훈련을 벌여 맞불을 놨다. 지난 11일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터키를 EU 차원에서 제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터키의 일방적 행동에 맞서 그리스와 키프로스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터키와 터키인을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고 맞받아쳤다.

EU는 오는 24~25일 EU 정상회의를 열고 동지중해 자원 갈등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앞서 터키는 EU가 회원국인 키프로스와 그리스 편만 들고 있다고 비난해 EU의 중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게 중론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단 독일이 그리스와 터키 사이 사이의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타협점을 찾으려 애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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