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민들이 주로 찾는 월마트는 ‘국민 마트’로 불린다. 미 전역에 5352개 점포를 갖추고 있어 ‘미국인의 90%가 월마트 매장 10마일(약 16㎞) 내에 산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철저한 저가 전략(Every day low price)으로 24시간 운영한다.
몇 년 전부터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전자상거래가 급부상하고 유통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월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한 전통 유통업계는 위기를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니만마커스, JC페니, 센추리21 등이 줄줄이 파산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마케터는 미 오프라인 유통산업이 2022년까지 회복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월마트는 이런 예상을 뒤집었다. 온라인 매출이 급증하고 올 들어 주가가 24% 뛰면서 ‘코로나 수혜 기업’으로 떠올랐다.
기세를 몰아 최근 새로 확보한 온라인 고객을 붙잡아둘 신규 서비스인 월마트플러스를 내놨다. 횟수 제한 없는 무료 당일배송 등을 내세운 회원제 서비스다. 아마존에서 이미 하고 있는 아마존프라임 서비스와 비슷하지만, 연회비가 98달러로 아마존(119달러)보다 저렴한 데다 미 전역의 2700여 개 물류센터를 통해 아마존보다 빨리 배송한다.
2017년엔 슈바이, 무스조 등 패션쇼핑몰을 잇달아 사들였다. 2018년에는 아마존과 접전 끝에 인도의 이커머스 플랫폼인 플립카트 지분 77%를 160억달러에 매입했다.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M&A를 통해 짧은 시간에 전자상거래 분야의 핵심 기술과 노하우, 전문인력, 브랜드, 제품, 이용자 등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월마트가 최근 돌연 중국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아마존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석했다.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라이브커머스(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것) 채널로도 급부상하고 있는 틱톡을 품는다면 전자상거래를 비롯해 온라인 광고 분야에서도 아마존을 제칠 수 있겠다는 계산에서다.
코로나19로 세계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월마트의 전략은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5월 이마케터가 집계한 미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에서 월마트는 5.8%로 이베이(4.5%)를 제치고 처음 2위에 올랐다. WSJ는 “1위 아마존(38%)엔 크게 뒤지지만 월마트는 기존 오프라인 자산을 발판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그 덕분에 위기 상황에서도 생존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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