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영끌'해도 아파트 못사니…非아파트 대출 석달새 5.7조 폭증

입력 2020-09-13 17:11   수정 2020-09-14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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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대출이 단기간에 급격히 불어난 것은 실수요자들의 ‘패닉바잉(공황 구매)’ 행렬이 ‘살 수 있는’ 주택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6·17 부동산 대책 이후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막히자 서울 지역 아파트 매입은 더욱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보유 현금이 적은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이 빌라, 다세대 주택 등을 택하게 되는 이유다. 은행권도 비아파트 주택담보대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3일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에 따르면 비아파트 주담대는 올해 6월 이후 급증세를 보였다. 작년 한 해 동안 이들 은행의 비아파트 주담대 잔액(전세대출을 제외한 순수 주택담보대출)은 62조~65조원대에서 꾸준히 움직이다가 올 5~6월에는 63조원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6·17 대책 이후 패닉바잉이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 7월 69조원대로 치솟은 뒤 8월까지 증가세를 이어갔다.

은행권에서는 비아파트 대출 증가에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 규제로 인해 주담대로 끌어올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든 게 가장 큰 요인이다. 예를 들어 조정대상지역의 10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수하면 주담대로 최대 4억~5억원을 빌릴 수 있다. 여기에 신용대출을 최대한 추가로 끌어온다고 하더라도 6억~7억원 이상을 마련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최소 3억~4억원의 여윳돈이 있지 않은 한 아파트로 ‘내집 마련’을 꿈꿀 수 없는 것이다.

아파트 전셋값이 계속 오르는 점도 비아파트 매수 행렬에 영향을 주고 있다. 서울 도심 지역 아파트 전셋값이 같은 지역 비슷한 주택형의 빌라 매매가를 대부분 넘어섰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마포의 3억원대 투룸 빌라를 매수했다는 30대 A씨는 “직장과 가까운 마포 지역에 아파트로 내집 마련을 하고 싶었지만 가격 때문에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며 “비싼 값을 주고 계속 불안하게 전세를 오가는 것보다는 빌라라도 사 두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후 생활고를 겪는 서민이 늘면서 거주하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은 사례도 많다. 특히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 등이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대출받는 일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일부 은행은 비아파트 주담대 급증세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아파트에 비해 가격 상승률이 낮지만 경기가 악화되면 먼저 타격받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아파트 시세도 최근 오르고 있어 담보 가치가 대출 금액 이하로 떨어지는 곳은 당분간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주택 시장에 이상이 오면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에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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