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데뷔 10년차. 배우 이초희는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크고 작은 역으로 활약해 왔다. 영화 '파수꾼'을 시작으로 '전국노래자랑', 드라마 '후아유-학교2015' 등이 주연으로 출연했고, '육룡이 나르샤', '운빨로맨스', 사랑의 온도' 등의 히트작에 참여했다. 하지만 10년의 활동 동안 이초희라는 이름 석자를 가장 강렬하게 각인 시킨 작품은 지난 13일 종영한 KBS 2TV '한 번 다녀왔습니다'라는 것에 이견이 없을 듯 하다.
이초희 역시 "제 필모그래피 중에 어느 하나 제대로 꼽지 못했는데 이번 작품은 저한테 가장 뜻깊은 작품이 될 것 같다"면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초희가 연기한 송다희는 외모, 공부, 체력까지 잘난 언니, 오빠들에게 밀렸지만 성품 하나는 타고난 인물. 스펙은 모자라도 4남매 중 막내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고, 결혼식 직후 혼인 신고도 하지 않은 남편의 외도를 알게된 후 이혼을 결심한 캐릭터다.
특히 극중 '사돈'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이상이(윤재석 역)와 '꽁냥꽁냥' 로맨스로 사랑받으면서 매 회 화제를 이끌었다.
이초희는 "실제로 사귀냐는 얘길 진짜 많이 들었는데, 그 기대는 충족시켜드리지 못할 것 같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최고의 파트너였다"면서 고마움을 드러냈다.
정말 지금까지 한 작품 중에 가장 뜻깊은 작품이 될 것 같다. 이걸 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긴 대장정이어서 체력적으로 많이 지쳐 있긴 한데 정신적으로는 많은 걸 채웠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운 게 정말 많아서 정리만 하면 된다. 배움을 과식한 느낌이다. 감독님과 작가님을 비롯한 제작진 분들, 함께 연기한 선생님, 선배님, 언니 오빠, 선후배 모든 배우들께 정말 감사하다. 우리 작품을 통해 위로를 받고 행복했다는 시청자들의 말씀을 들었다. 우리 작품을 아끼고 시청해주신 시청자 분들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다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다희의 모습을 보며 용기를 얻고 위로를 받고 사랑을 느꼈다. 다희에게 모든 것이 고맙다. 내가 다희일 수 있어서 행복했고 감사했다. 다희를 조금 더 다희답게 잘 표현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내가 공부할 몫으로 남겨두고 항상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고 싶다. 다른 캐릭터는 몰라도 다희에겐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 너를 위해 내가 최선을 다했고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다희가 꼭 행복하게 잘 살았음 좋겠다.
▶ 송다희를 연기하며 어떤 점을 중점에 뒀나
다희는 외유내강이다. 어떤 부분에 딱히 중점을 두려고 하진 않았다. 이런 모습으로 비치면 좋겠다, 억지로 생각하면서 연기하지 않았다. 대본에 잘 표현돼 있었기 때문이다. 순하고 배려심 깊고 그런 모습이면 그런 모습대로, 강단 있고 뚝심 있는 모습이면 그런 모습대로 신별로 연기했다. 캐릭터의 특성에 맞게 줄타기를 잘할 수 있는 상태, 너무 유약하지도 너무 강하지도 않은 상태로 보일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 송다희와 이초희의 싱크로율은?
실제 성격도 송다희와 비슷한 면이 있나? 비슷한 면도 있고 전혀 다른 면도 있다, 비슷한 점은 주관이 뚜렷한 것, 그게 맞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편, 다른 점은 다희처럼 항상 나보다 남을 먼저 챙기는 사람은 아니다. 남을 잘 챙기려고 그러고자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다희처럼 될 수 없는. 싱크로율은 60%
▶ 이상이 배우와 호흡이 너무 좋아서 실제 연인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가능성이 있을까?
그 기대는 충족시켜드리지 못할 것 같다. 죄송하다. 실제로 사귀냐는 이야기를 진짜 많이 들었다. 심지어 같이 촬영하는 선배님들도 물어보신다. 상이도 저도 그런 디테일을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실제 연애할 때 어떤 행동이나 말투나 그리고 서로의 미러링. 상이가 하는 행동을 제가 따라 한다거나 제가 하는 행동을 상이가 따라하거나 내 애드리브를 받아주고 상이가 제 호흡을 잘 받아주고 저도 상이 호흡을 잘 맞춰주고 되게 자유롭게 정말 말 그대로 핑퐁이 잘 됐던 것 같다. 그걸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상이는 최고의 파트너였다고 본다. 서로 약속을 하고 연기를 하지 않아도 리허설을 하지 않아도 내가 이렇게 하면 물 흐르듯이 내가 이렇게 하면 저 친구가 이렇게 받아주고 저 친구가 저렇게 하면 내가 받으면 되고 본인이 준비한 것을 주장하지 않아도, 상이 것이 좋으면 상이 것을 하고 제 것이 좋으면 제 것을 하고 섞기도 하고 한번도 충돌이 없었고, 실제로 상이 성격이 유쾌하고 능글 맞고 현장의 귀염둥이 같은 스타일이다. 실제로 컨디션이 떨어지면 상이가 제 텐션이 올라가게끔 옆에서 재밌게 해준다던가. 동생임에도 불구하고 되게 이끌어줬던 것 같다. 정말 감사하다. 만약 연기 호흡에 점수를 준다면 10점 만점에 12만점이다. 상이는 잘 생겼고 성실하고 연기 외적으로도 제가 연기를 잘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게끔 신경 써서 잘 살펴준다. 그리고 배우는 연기 잘하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상이는 자기 일 잘하니깐. 누구나 그게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딱 한 번 상견례 때 상이가 네이비색 수트를 입는다 해서 내가 하늘색 원피스를 골랐던 것을 제외하곤 촬영하면서 단 한 번도 상이랑 의상을 맞춘 적이 없는데 자꾸 의상이 겹쳤다. 스타일리스트 실장님한테 나 몰래 자꾸 상이네랑 상의하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둘이 신혼여행 가서 자전거 타는 신에서 당일에 내가 갑자기 입을 옷을 바꿨는데 상이도 당일 아침 갑자기 본인이 입을 옷을 바꿨다고 하더라. 둘 다 스트라이프 티셔츠였다. 현장 스태프 분들이 커플룩으로 입었네?라고 해서 둘 다 아니라고 각자 입은 거라고 했는데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내가 파트너복이 참 많은 것 같다. 이상이라는 배우가 내 파트너라서 참 행복하고 즐겁게 촬영을 해왔던 것 같다. 같이 작업하며 상이에게 참 많이 배웠고 연기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고마운 것들이 참 많다.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다른 작품으로 다시 만나도 좋을 것 같다.
▶ 실제로 '사돈커플'과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사랑을 택할 것인가.
그 사람이 내가 결혼할 정도로 좋으면 불가능하진 않을 것 같다. 이초희한테는 안 중요할 것 같다. 지금처럼 언니와 형부가 재결합했다는 것을 알면 언니와 형부도 다시 만나는 거니깐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둘이 이혼한 상태라면 조금 껄끄러울 것 같긴 하다.
▶ '한다다'에 출연한 많은 캐릭터 중에서 송다희가 주목받고, 사랑받았던 이유가 있을까?
많은 분들이 다희와 재석 커플을 현실에 있을 만한 커플이라고 말해주신다. 그게 매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청자들이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을 모두 봤다는 것, 풋풋하고 막내 커플이고 귀엽고 그런 것들을 떠나서 일단 남이었다가 알고 보니 사돈이었다가 전 사돈이 되고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되고 부부가 되는 과정을 다 보여드린 것이어서 썸을 타고 연애를 하고 결혼까지 하는 과정을 다 지켜본 거니깐.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조금 응원하게 되지 않을까.
다희는 악의 없는 사랑스러움과 다정함, 그걸 기본 베이스로 깔았다. 다희가 매순간 어떤 모습이든 기저에는 이 점이 있어야 한다, 그게 나의 1번이었다. 그렇다 보니깐 민폐 끼치는 모습이 나온다 했을 때는 이렇게 해서 혹시 누군가에게 욕을 들어먹지 않을까 나쁜 피드백이 오지 않을까 이렇게까지 해도 될까 이런 고민이 들 때 이런 피드백을 보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다희가 이 행동을 할 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다, 남들 시선이나 의견 신경쓰지 말고 누군가에게 나쁜 이야기를 듣지 않을까 민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지 말고 다희가 왜 이 행동을 하는 지만 생각했다.
특히 사돈 어른 집에 쳐들어갈 때 진짜 고민 많이 했다. 술 잔뜩 취해가지고 쳐들어가야 할 때, 이걸 내가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그걸 귀여워보인다든가 덜 민폐처럼 보이려 한다든가 그런 걸 하지말자, 다희는 재석이한테 너무 서운했고 그 마음을 너무 표현하고 싶어서 갑자기 나오는 돌출 성향에 대해 작가님과 이야기했었다. 그것만 생각하자 지금 당장 이 이야기를 하고 싶은 다희의 마음만, 뭐든 보시는 분이 불편하게 느끼실 수 있겠다 하는 신들은 신경쓰지 않고 주변 신경쓰지 않고 그 신에서 다희가 느낄 감정만 최우선으로 생각해서 연기했다. 그걸 좋게 봐주셨던 것 같다.
▶ 송가네 식구들과 로맨스 연기를 한 배우들과의 호흡도 돋보였다.
현장은 정말 가족 같은 분위기였고 모두가 분위기 메이커였다. 차화연 선생님이 우리 드라마는 왜 이렇게 죽이 잘 맞아?라고 하실 정도였다. 점심, 저녁, 간식까지 모두 함께 시켜먹고 수다를 떨었다. 단톡방에서 계속 수다를 떨었다. 체력적으로 힘들었는데 워낙 많은 식구들이 나오고 대기실도 다같이 쓰고 일주일에 한두번씩은 매주 다같이 만나야 하고 정말 가족 같아진다. 보고 싶어진다.
다른 작품 할 때는 전혀 다른 이상한 루틴 같은 게 생겼다. 목요일마다 세트 촬영하니깐 한번 안 한 적이 있었는데 목요일이 아닌 것 같고 하루가 이상했다. 모든 배우가 한 대기실 쓴다는 점, 붙어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깐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만날 신고 다니는 크록스 신발도 차화연 선생님이 주신 거다. 나한테 작은데 신어볼래? 하시면서 선생님이 주신 거다. 오윤아, 이민정 언니들은 정말 다 해주신다. 내가 막내 캐릭터라 그런가 ‘다해줄게’ 이러신다. 항상 잘 챙겨주셔서 고맙다. 내가 정말 파트너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언니 둘 다 성격이 정말 좋다. 옷도 사주고 신발도 사주고 밥도 사주고 살갑게 챙겨주고 그러신다. 언니들에게 정말 많이 배웠다. 정말 감사하다.
▶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에 촬영을 시작하고, 지금의 엄중한 시기까지, 촬영장이 변화하는 분위기를 직접적으로 느꼈다.
우리는 사실 코로나19와 장마, 태풍, 폭염, 폭우 모든 걸 겪었다. 초반 촬영엔 겨울이라 눈이 너무 와서 재촬영을 하기도 했고, 코로나19 때문에 병원 섭외를 못해서 병원 세트를 짓느라 아예 겨울에 8회까지 나와 재석이 분량만 몰아치고 나희 규진 분량을 찍을 수 없었다. 스태프 분들이 많이 힘들었다. 이 더위에 마스크 끼고 조금도 내리지 못하니깐. 장소 섭외도 힘들었다.
▶ 이번 작품은 배우 이초희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제 필모그래피 중에 어느 하나 제대로 꼽지 못했는데 이번 작품은 저한테 가장 뜻깊은 작품이 될 것 같다. 긴 호흡을 하면서 다사다난했다. 코로나에 장마에 태풍에 폭우에 날씨가 참 다사다난했다. 장마가 길어지면서 야외 촬영을 하지 못해 울산까지 가서 찍었다. 촬영 환경이 좋지 않았는데 우리 드라마는 사고 한 번 없이 무탈하게 촬영을 했다. 연기를 정말 잘하시는 대선생님들과 경력 많은 언니 오빠들, 그리고 상이도 배울 점들이 정말 많았다. 그래서 제가 배움을 과식한 느낌이다. 지금은 있는 대로 흡수한 느낌이어서 배운 것을 거르는 작업이 필요하다.
▶ 앞으로 활동 계획이 있다면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그걸 느꼈다. 제 체력이 부족하다는 걸. 항상 촬영을 3~4개월만 하다가 이번에 3년을 쉬고 다시 일을 해보니 요즘은 미니시리즈도 기본 6개월 이상 촬영을 한다더라. 그래서 1번 목표는 체력을 기르기 위한 운동이다. 쉬면서 재충전을 할 예정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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