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20Km 이상의 등산을 하면 하산 시에 무릎이 아프기 시작한다. 나에게는 20Km 등산이 무릎 통증의 역치이다. 큰 산을 오를 때는 필히 무릎 보호대와 스틱을 챙겨서 나름대로 안전하고 건강한 산행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등산의 고수가 알려준 비법이 있다. 역치를 30Km로 끌어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에 걷기 운동도 안 하다가 갑자기 등산을 하면 무릎이 금방 아파온다. 그러나 평소에 10Km 이상을 꾸준히 걷거나 뛰는 사람은 무릎이 스스로 아파오는 역치를 끌어 올린다고 한다. 무릎을 감싸고 있는 인대가 튼튼해져서 그렇겠지만 결과적으로 어지간한 등산에는 이제 무릎에 이상이 없다는 결론이다. 이 경우 역치는 절댓값이 아니라 상댓값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반응시간이 갑자기 느려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때는 어떠한 프로그램이 무한정으로 자원을 쓰고 있거나, 너무 많은 프로그램이 동시에 돌아가고 있거나, 아주 경미한 기기의 연결이 단절되었을 수도 있다. 요즘은 해커가 침입해서 나도 모르게 일하느라 그럴 수도 있다. 이러한 모든 상황의 변화는 장비의 성능 역치를 넘어서는 요인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면 기기를 들고 서비스 센터를 방문해서 수리를 했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의 발달과 서비스 수준의 향상으로 문제의 원인과 손쉬운 조치 방법이 자동으로 화면에 표시된다. 더 나아가서 개인별로 조치된 이력도 관리가 되고 있어서 사용자의 만족도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동네에서 음식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기업처럼 홍보나 마케팅을 하기가 어렵다. 개인적인 친분을 활용하고 최대한 단골을 많이 확보하여 입소문이 나야 한다. 초기의 일정 시간 동안은 아무리 노력해도 수입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손님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오고 매출과 수익이 늘기 시작한다. 그간의 노력들이 역치를 넘으면서 발생한 변화라고 하겠다. 그 변화의 시점까지 무슨 노력이 들어갔는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렸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한 역치를 넘는 시점을 알아냈다면 시간을 줄이는 방법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장사의 컨설턴트들이 하는 일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사람이 하루에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는 비타민C의 용량은 1000mg 이다. 더 이상 먹어봐야 소용없거나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실험에 의한 역치를 찾은 것이다. 사람에 따라 역치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500mg등의 작은 용량은 있어도 2000mg의 대용량은 만들지 않는다. 모든 약재 및 식생활에 따른 기준들도 권장량과 최대 허용량 등이 있어서 이를 심하게 어길 경우에는 어딘가 부작용이 오게 되어 있다. 나도 모르게 부작용이 발견되었다면 어떠한 성분이 부족했는지 혹은 과도했는 지를 찾아내는 것도 역치의 관점이다.
역치는 세상 어디에나 존재한다. 찾기 어려운 역치는 사회 경제적 현상이 일어날 때이다. 국민들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행복지수가 갑자기 의미 있는 수준으로 올라간다면 분명히 어떤 긍정적인 요인의 작동이 역치를 넘어섰다는 걸 뜻한다. 국가의 엥겔 계수가 변동했다면 이 또한 경제 저변의 큰 변화가 의미있게 일어났다는 의미다. 젊은이들이 스스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라고 부른다. 여기에 취업, 집 장만도 포기하고 더 나아가 인간관계와 꿈, 희망 등도 포기하는 ‘N포 세대’까지 등장하는 세태이다. 이들이 N포에서 벗어나 긍정성을 회복하는 최소한의 문턱인 역치는 다가가기에 너무 멀게 놓여 있다고 봐야 한다.
국가든 기업이든 국민과 고객의 만족도에 대한 수준과 거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잘 알아야 함은 물론이며, 만족도를 변화시키는 요인 별 역치를 찾아내야 한다. 개인 역시 자신의 건강과 행복 증진과 관련된 요인별 역치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어떤 조치를 어느 정도 더해야 하는 지를 결정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역치에 관련된 내용은 미래의 전략을 세우고 필요한 비용을 산출하는 것과 직결되어 있다.
한 해의 하반기는 다음 해를 준비하는 시기이다. 새로운 전략이 어떠한 역치를 다루고 있는지 심각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역치는 문턱값이자 최소치이지만, 상황이 바뀌는 큰 흐름의 시작이므로 소홀히 다루어서는 아픈 무릎의 연속일 뿐이다.
< 김동철 유비케어 사외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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