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토젠은 지난 5월 뼈로 전이가 되는 골전이암(전이성골종양)과 관련한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를 조선욱 서울대 교수로부터 샀습니다.
조 교수는 혈액 안에서 돌아다니다가 뼈로 붙어 암 세포를 증식시키는 바이오마커인 오스테오칼신을 찾아냈습니다. 유방암뿐 아니라 폐암과 전립선암 등 다양한 원발암에서 분리된 암세포가 혈액을 통해 골조직으로 간다고 합니다.
유방암과 전립선암은 5년 생존율이 97% 달하지만 5년 이후 생기는 골전이암이 문제입니다.
유방암 환자들이 골전이암에 걸렸는지를 미리 진단하면 좋지만, 현재로선 진단 방법이 없습니다. 뼈로 전이되는 암의 특성상 현재의 기술로는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엑스레이 등 영상에 의지해야 하는데 보통 골전이암 4기에나 발견된다고 합니다.
아니면 뼈를 긁어서 찾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암이 걸린 부위를 정확히 찾기 어려운데다 뼈를 긁어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진단법입니다. 심각한 환자가 아닌 이상 사용하지 않죠.
골전이암을 혈액으로 진단한다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생존율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싸이토젠은 골전이암에 대해 임상을 진행 중입니다. 싸이토젠 측은 회사의 기술인 혈중종양세포(CTC) 포집으로 오스테오칼신을 찾아낼 수 있다고 합니다.
싸이토젠은 골전이암 치료제가 나올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뼈로 흡수가 되도록 만들어진 약을 찾아냈습니다.
바로 골다공증 치료제죠. 이를 개발하고 있는 회사는 미국의 화이자와 MBC파마, 벨기에 제약사 아블링스 등이 있습니다.
싸이토젠은 이들 중 한 곳에서 신약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사오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논의 역시 진행되고 있습니다.
싸이토젠은 별도의 연구실을 설립하는 방안도 고려 중입니다. 조선욱 서울대 교수도 참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사업 방식은 진단기업인 테라젠이텍스가 메드팩토란 자회사를 만든 것과 비슷합니다.
바이오마커를 이미 찾은 상황에서 신약을 개발하면 성공 확률이 더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신약의 개발 성공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3배 이상 높았습니다. 메드팩토 역시 바이오마커 분석을 통해 성공 확률을 높이려고 합니다. 1대 주주인 테라젠이텍스의 공이 크죠.
전병희 싸이토젠 대표는 "신약 개발 등과 관련해 국내외 회사들로부터 투자 제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설명했습니다.
CTC를 기반으로 한 암 진단 기술을 수출할 예정입니다. 싸이토젠이 갖고 있는 암 진단 기술과 암 진단 패널 등이 대상입니다. 다양한 암의 유전자를 찾아주는 서비스도 여기서 나올 것 같습니다. 폐암 진단 패널의 경우 6개월 안에 개발이 완료됩니다. 싸이토젠의 사업 모델 대부분을 수출할 예정입니다. CLIA를 통할 경우 별도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CLIA 제도는 질병의 진단 예방 치료를 목적으로 임상검사를 수행하는 실험실에 대해, 검사의 정확도 신뢰성 적절성 등을 검증하는 미국의 표준인증제도입니다. 전 대표는 "CLIA 자체가 인증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 쓰이는 진단 등은 CLIA의 책임 아래 상업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며 "미국 의료기관을 상대로 한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싸이토젠이 갖고 있는 38개의 바이오마커 전반에 대한 진단 시장이 미국에서 열리는 겁니다. 미국 동부와 서부의 CLIA 각각 한 곳씩 계약을 맺을 전망입니다.
또 현재 미국에서 CLIA 인증을 받을 회사 중 하나가 'AXL' 진단을 위해 보험 등록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가격이 낮아지면 서비스를 받는 수요가 늘 것으로 보입니다.
AXL이란 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로 암세포의 이동과 전이, 약물 내성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정상인에겐 거의 나오지 않고 폐암에서 많이 나타납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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