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정부의 추가경정(추경)예산안과 관련해 소비자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가족 대표 명의의 다회선 가입자 또는 월 2만원 이하의 저렴한 요금제를 사용하는 사례 등 경우의 수가 많아서다.
14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사에서 만 13세 이상 전 국민에게 2만원씩 지급하는 통신비 지원안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통신비 지원은 이통사에서 1명당 1개 휴대폰에 올 9월분 요금을 일괄 차감한 뒤 예산으로 이를 보전하는 방식으로 지원된다. 하지만 가족 1명이 대표로 다회선에 가입해 있거나, 월 2만원 이하의 요금제를 사용하는 경우 온전한 혜택을 받기 어렵다.
다회선 개통은 한 사람이 본인 명의로 여러 개 회선을 등록해 사용할 수 있는 제도다. 예컨대 자신 명의로 휴대폰 3대를 개통해 부모님과 중학생 자녀에게 각각 한대씩 사용하도록 하면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이 6만원(3인 기준)에서 2만원으로 떨어진다.
대표자 한 명에게만 요금 통지서가 배부되기 때문에 별도의 명의변경 절차를 밟지 않으면 통신비 지원을 받지 못한다. 청소년의 경우 유해물 차단 목적으로 가족간 다회선 가입을 하는 경우가 있어 2만원의 통신비 지원을 받으려면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선불 요금제 또는 월 2만원 이하 알뜰폰 요금제 가입자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선불폰 이용자는 "아예 기대를 안하고 있다. 월 기본료 0원에 사용하는 만큼 미리 충전해서 쓰는 선불폰 사용자들은 어떻게 지원해줄꺼냐"고 불만을 표출했다. 또 다른 선불폰 이용자는 "선불폰 고객센터에 전화해보니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설명만 들었다. 선불폰 지원이 사실상 어려운 게 아니냐"고 했다.
알뜰폰 요금제 사용자도 "알뜰폰 이용자들은 저렴하게 요금을 이용하니 지원금이 안나오는 게 아니냐"며 "2만원 이하 요금을 쓰면 따로 남은 금액은 개인계좌에 따로 입금해주는 거냐"고 반문했다.
통신비 2만원 지원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만만치 않다.
리얼미터가 지난 11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은 정부의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 방침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8.2%가 '잘못한 일'이라고 답했다. '잘한 일'이라는 응답은 37.8%였고 4.0%는 잘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이통사는 괜히 불똥이 튈까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다회선 이용자는 명의 변경을 하면 되고, 결제일이 다른 경우 통신비 지원안이 확정되면 지원하는 데에는 행정적으로 문제가 크지 않다"고 답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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