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암 세포의 에너지원이 지방산이라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1931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독일의 생리학자 오토 와버그의 연구를 뒤집는 결과다.
국립암센터는 김수열 암생물학연구부 교수(사진)팀이 암 세포 에너지원이 지방산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Cancers) 최신호에 실렸다.
지금까지는 암 세포가 포도당을 젖산으로 분해하는 과정을 통해 대사한다고 알려졌다. 와버그는 이런 연구 내용을 토대로 1931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김 교수팀은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이런 내용과 다른 결과를 내놨다. 당시에는 포도당만 들어있는 배양액으로 실험을 했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를 얻게 됐다는 것이다. 김 교수팀은 인체와 비슷한 배양조건에서 세포실험을 진행해 암세포가 정상세포보다 산소를 더 많이 쓰고 더 빨리 자란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정상세포의 에너지원은 포도당이지만 암세포는 지방산 산화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것도 확인했다.
실제 실험용 췌장암 동물모델 쥐 실험에서 지방산 섭취를 차단하고 탄수화물로 바꾸자 암 발생이 4배 감소했다.
김 교수는 "에너지원을 지방산에서 탄수화물로 대치한 것만으로도 암 발생이 4배나 감소한 것은 항암치료에 견줄 만한 효과"라며 "연구 성과를 근거로 기존 치료와 함께 암 에너지 대사를 차단하는 새 치료법이 나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만이 모든 암에서 사망률을 높인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며 "그 기전이나 원인을 설명하는데 이번 연구성과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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