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사진)는 14일 "지금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위기"라며 조속한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통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4차 추경안 시정연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에서 정부가 든든한 발판이 돼 드리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재정 건전성 우려에 대해선 "모두가 알다시피 지금은 사상 초유의 위기상황입니다. 전례 없는 위기는 전례 없는 과감한 대응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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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늘 대한민국의 국무총리로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피해를 입고 계신 국민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려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지금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위기입니다. 직장인은 일터를 잃고, 자영업자는 고객을 잃고, 학생들은 친구를 잃고, 우리 모두는 행복한 일상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모두가 아픈 2020년입니다.
그러나 아픔과 우울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세계가 주목한 K-방역 덕분입니다. K-방역의 바탕에는 나보다는 이웃을 먼저, 개인보다는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국민들이 계셨습니다.
우리 국민에게는 저력이 있습니다. 위기에 굴하지 않는 인내력이 있습니다. 위기를 헤쳐나가는 단결력이 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가 있습니다. 그 저력으로 산업화를 앞당기고, 민주화를 이룩하고, 정보화 시대를 열었습니다.
이제 그 저력이 다시 한번 발휘될 때입니다. 지금 코로나19로 잠시 실의와 좌절에 빠져있지만, 우리는 결국 이겨낼 것입니다. 일터를 되찾고, 웃음과 행복을 되찾을 것입니다. 정부가 그 든든한 발판이 되어드리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원 여러분!
정부는 지난 9월 11일 2020년도 제4회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한해 네 차례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는 것은 1961년 이후 무려 59년만입니다. 이렇게 전례를 찾기 어려운 중대한 결정을 하기까지는 많은 논의와 고민이 있었습니다.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이래 대규모 확산 위기가 우리를 위협해 왔습니다. 그때마다 방역 관계자분들의 헌신과 국민들의 적극적 동참에 힘입어, 코로나19와의 전쟁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방역모범국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에도 비교적 잘 버텨왔습니다. 수출·소비·고용이 모두 악화되고, 많은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극심한 경영난을 겪는 초유의 상황에서, 과감한 적극재정을 마중물 삼아 위기를 돌파하는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금까지 총 277조원 규모의 정책패키지를 마련하였고, 이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추가경정예산을 마련하여 집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우리 경제는 수출과 내수가 지난 몇 개월간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면서 올해 3/4분기 경기 반등을 기대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간 국민들의 헌신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 중순부터 불거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다시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등 방역의 고삐를 죄면서 확산세를 조금씩 잡아가고 있지만, 우리 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집합금지, 이동제한 등으로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 분들에게 피해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임시직?일용직 등 고용 취약계층은 실직의 위기를 겪고 있고, 일자리 상실과 소득 감소로 위기 가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비대면 교육 과정 속에서 아이들의 학습권은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학부모 여러분의 돌봄 부담도 가중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지휘하는 중대본부장으로서, 대단히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어려운 재정여건 하에서도 민생 회복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 준비한 4차 추경안이 ‘진흙 속에 묻힌 소중한 일상을 들어올리는 지렛대’가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원 여러분!
2020년도 4차 추가경정예산안의 주요 내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부는 코로나로 인해 피해가 집중된 분들을 사각지대 없이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총 7조 8000억원 규모의 '맞춤형 긴급재난지원 패키지'를 마련했습니다.
첫째, '소상공인·중소기업 긴급 피해지원'을 위해 3조 8000억원을 편성하였습니다.
'소상공인 새희망자금'을 신설하여 매출이 줄어들거나 집합금지 등으로 영업제한을 받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맞춤형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겠습니다. 전체 소상공인의 86%에 해당하는 291만명이 이 자금을 지원받게 될 것입니다.
또한, 이미 가게문을 닫은 소상공인들의 취업과 재창업 준비를 돕기 위한 재도전 장려금을 지급하겠습니다. 재정지원과 함께, 경기 위축으로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들에게는 코로나 특례신용대출 확대, 중진공 지원자금 확충 등으로 금융지원도 강화하겠습니다.
둘째, 실직 위기에 처하거나 생계가 어려워진 고용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긴급 고용안정'자금으로 1조 4000억원을 편성하였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용을 유지해 주시고 계신 사업주 분들을 위한 고용유지지원금을 확충하겠습니다.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와 프리랜서 등 코로나 재확산으로 일자리가 줄어든 분야에 2차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을 지급하겠습니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는 특별 구직지원금을 지급하겠습니다.
셋째, 실직·폐업 등으로 생계 위기에 빠진 가구를 돕기 위해, '저소득층 긴급 생계지원'으로 4000억원을 편성하였습니다.
기존의 긴급 복지제도보다 지원 요건을 대폭 완화한 '긴급 생계자금'을 신설하여 위기 가구를 지원하겠습니다. 아울러, 기존 자활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이 단기간 일하실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겠습니다.
넷째, 원격수업이 장기화됨에 따라 육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부모의 부담 완화를 위해, '긴급돌봄 지원' 자금 등 2조 2000억원을 편성하였습니다.
초등학생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특별돌봄지원금을 지급하겠습니다. 부모들이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할 때 정부가 지원하는 휴가비 지원기간도 확대하겠습니다. 아울러, 원격 교육과 비대면 사회활동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해, 13세 이상 전 국민에게 통신요금을 일부 지원하겠습니다.
이상 설명드린 추가경정예산안의 재원은 국채 발행 7조 5000억원과 중소기업진흥채권 발행 3000억원으로 조달할 계획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원 여러분!
올 한해 추진된 네 차례의 추경 편성과 관련하여,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지금은 사상 초유의 위기상황입니다. 전례 없는 위기는 전례 없는 과감한 대응으로 극복해야 합니다.
정부는 생존 위기에 몰린 국민의 삶과 아픔을 외면할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번 추경안을 편성하였다는 점을 널리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추경안의 지원 대상과 관련한 많은 논의와 고민이 있었습니다. 모든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계신 만큼,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분들은 아쉬움과 실망이 크실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추경은 특별히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에게 한자락 희망을 드리기 위한 긴급조치입니다. 국민 모두에게 드리고 싶지만, 한정된 재원을 감안할 때 피해가 큰 분들을 중심으로 두텁게 지원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그간 국민들이 방역에서 보여주신 것처럼, 경제에서도 나보다는 더 어려운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연대와 협력에 힘을 모아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국회에도 요청 드립니다. 어려운 국민들께서 가급적 추석 이전에 지원을 받으실 수 있도록, 정부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조속히 심의·의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정부는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즉시 집행에 돌입할 수 있도록 범부처 협조체계 운영 등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추석을 전후로 민생 기반을 확충하고 하반기 경제회복을 지원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로 인해 고통받고 계신 모든 국민들께 한 말씀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여러분 곁에는 국가가 있습니다.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큰 한숨을 내쉬면서도, 정부를 믿고 오늘도 방역지침을 성실히 이행하고 계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그 곁에 국가가 있습니다.
학교에 달려가 친구들과 마음껏 뛰놀고 싶지만, 꾹 참아가며 어른들을 잘 따라주고 있는 우리 아이들, 그 곁에 국가가 있습니다.
명절에 내려오지 말라며 손사래를 치시면서도, 자식들 사진을 들여다보며 쓸쓸함을 달래시는 우리 부모님들, 그 곁에 국가가 있습니다.
삶이 팍팍해져 숨 쉬는 것조차 버거운 2020년,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곁을 국가가 지키겠습니다.
대한민국 국무총리로서, 단 한 분도 지쳐 쓰러지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손을 꼭 잡아 드리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힘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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