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이 5개 발전공기업(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사업부지 공시지가 현황에 따르면 이들 기업이 소유한 신재생 사업부지의 개별공시지가는 최대 140% 급등했다.
통상 태양광 사업 등을 하기 위해선 임야나 목장 용지에서 잡종지로 토지 목적을 전용(변경)하는데 이때 땅값이 오르는 경우가 많다. 발전공기업이 보유한 사업부지도 토지 전용 허가를 받은 뒤 지가가 크게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남부발전이 제주도에 사들인 위미리 태양광 사업부지는 토지 전용 전인 2018년 ㎡당 9200원이던 땅값이 전용 후인 올해 ㎡당 2만2100원으로 140% 뛰었다. 이 기업의 제주 송당리 태양광 부지도 전용 전 ㎡당 4만7300원에서 전용 후 7만3100원으로 54% 상승했다.
남동발전이 투자한 15곳의 신재생 사업부지 중에서는 9곳의 공시지가가 올랐다. 남동발전이 제주시에 건설하고 있는 어음풍력 부지는 전용 전인 2015년 ㎡당 3만1000원이었지만 올해 5만9000원으로 90% 뛰었다. 중부발전이 운영하는 강원 평창 강원풍력 사업부지도 토지 전용 후 11% 상승했다.
전국 곳곳에 설치된 민간 태양광발전시설 부지 역시 개별공시지가가 토지 전용 허가 전후 크게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한 의원이 산림청에서 받은 산지 태양광 설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 전라도, 경상도 등에선 토지 전용 후 땅값이 두 배 넘게 오른 곳이 수십 곳에 달했다. 경남 진주에 있는 한 민간 발전시설 부지는 100배 넘게 뛰기도 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대를 목적으로 농지나 임야를 잡종지로 쉽게 바꿀 수 있도록 한 정책이 투기 수요를 부르고 땅값 상승을 유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의원은 “임야는 땅을 개발할 때 별도로 전용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엄격한 규제를 받지만 잡종지는 식당, 주택 등을 짓기가 수월해 토지 용도만 바뀌어도 시세가 몇 배씩 상승한다”며 “공기업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태양광 등 신재생발전이 부동산 투기 수단으로 악용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문제가 커지자 정부는 2018년 12월 산지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신재생 사업이 끝나면 해당 토지를 원래 목적으로 돌려놓도록 지침을 바꿨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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